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해득실과 파급효과를 실증적으로 따져보기 위해 정부와 반FTA진영이 각각 전문가 수준의 보고서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기본입장과 접근시각이 워낙 달라 한 번의 작업으로 공감대가 마련되진 않겠지만, 객관적 사실보다 선전전 위주로 진행돼온 그간의 양태에 견주어 한층 진일보한 태도다.
특히 졸속 협상이니, 졸속 비판이니 하며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여온 찬반 논란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는 국민들로서는 사안의 허실을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이 달 말까지 합동작업을 벌여 한미 FTA가 거시경제와 산업분야에 미칠 긍ㆍ부정적 영향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놓기로 했다.
반FTA투쟁을 펼쳐온 범국민운동본부와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는 이에 대응해 교수 변호사 등의 전문가그룹을 발족, 토론회 등을 거쳐 협상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뒤 정부측 발표와 같은 시기에 제시할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양측 모두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연구기관의 작업을 조율만 하고, 결과도 제 3의 권위자가 검증토록 하겠다”(정부) “정부측 분석작업의 계량모델을 구해 세밀히 분석하겠다”(반FTA 진영)는 것이다.
뚜렷한 근거 없는 편의적ㆍ선동적 자료를 앞세워, 한 쪽에선 ‘선진화 고속도로’ ‘제2의 개국’이라고 부풀리고, 다른 쪽에서는 ‘조공협상’‘민중수탈’이라고 깎아 내리는 식의 공방으로는 얻을 게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물론 이 작업으로 양측의 대립이 오히려 첨예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계량분석의 성격상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고, 같은 모델을 쓰더라도 어떤 전제와 변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 작업이 의미있는 것은 국민들이 한 쪽 주장에 휘둘리지 않고 한미 FTA라는 코끼리의 전체 그림을 보면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평가에만 그치지 말고 국가발전전략 등 대안도 함께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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