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국민연금법 재처리를 위해 대통령께 장관직 사퇴카드를 쓸 것을 건의했다”며 최근 장관직 사의표명 과정의 전말을 공개했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장관실에서 열린 주간점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는 MBC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자신의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유 장관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을 반전시키기 위해 재의 요구권을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고, 재의 요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장관이 사표를 내야지만 위력이 배증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비서실장에게 건의했다”면서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직접 가서 사퇴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고해줄 것을 다시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사의표명이 알려진) 6일 만찬자리에서 대통령은 ‘그만두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의료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약 분야 뒷마무리도 있으니 일단 장관직을 수행하라.
그러나 사의표명은 외부에 알리도록 하자’고 지시했다”고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그래서 노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것과 사표를 종용했다는 것은 완전히 소설”이라며 MBC의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앞서 MBC는 14일 “유 장관이 부결 우려가 있는데도 상황을 오판해 법안을 상정했고, 뒤늦게 전말을 파악한 노 대통령이 격노해 사표를 받도록 했지만 판단은 뒤로 미뤘다”며 “유 장관이 노 대통령과 친노 세력사이에서 의도치 않은 사면초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유 장관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 “내 거취 문제는 지난 번 월례조회 때 ‘서든 데스’라고 말했는데, 진짜 ‘서든 데스’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전략적으로 고려해 종국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라는 국가 전략적 과제를 달성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하는 것이 유일한 판단기준”이라며 “판단은 대통령에게 가 있으니 나는 그냥 이달에 끝날지 다음달까지 갈지, 그 다음달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딱 끝나는 지점까지는 사전에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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