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경제교육'이 유행이다. 어린이를 위한 적립식 통장이 나오는가 하면, 경제교육을 내세운 캠프 프로그램이며 뮤지컬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도 '어린이 경제'라고 검색어만 쳐넣으면 다양한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적립식 통장을 만들어 부모가 직접 돈을 넣어주고, 억지로 등을 떠밀어 공연이나 캠프를 보낸다고 한들 그것으로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다섯 살 난 딸은 그 유명한 '토마스' 기차의 팬이다. 기차에 눈, 코, 입이 달려있는 것이 좋았나 보다. 덕분에 기차에 관심을 갖게 돼, 이제는 증기기관차부터 자기부상열차에 이르는 기차의 역사는 물론 각국 주요열차의 이름과 제원을 줄줄 외고 다닐 정도다.
아는 것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던가. 딸은 요즘 프랑스의 떼제베와 일본 신칸센을 타러 가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그 기차들을 타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설에 받은 세뱃돈을 펀드에 투자해 '불려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아이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나는 아이에게서 받은 돈으로 일본 펀드와 유럽 펀드에 가입했다.
며칠 전 퇴근해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초콜릿 맛 우유를 사달라고 떼를 썼다. 일본펀드 통장을 보여주며 '통장을 깨서 초콜릿 맛 우유를 사줄까'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것만큼은 안 되겠다고 했다. 조금은 참아보겠다며 말이다. 좋아하는 기차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절약을 통해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어린이 경제교육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아이에게 동기 부여가 될만한 것을 찾아 용돈관리를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굳이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용돈기입장을 쓰는 일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서서히 경제에 눈뜨기 시작할 것이다.
한 정 대우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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