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칠 수는 있지만 제각기 다른 글자를 쓰는 게 가능할까?”
중국에 손가락 열 개를 자유자재로 놀려 아라비아 숫자를 0에서 9까지 동시에 쓰는 기인(奇人)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안후이(安徽)성 쑤저우(宿州) 출신의 황샤오후(黃孝虎ㆍ32ㆍ사진)로 보기에는 보통의 30대 남성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항저우(杭州)에서 일단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묘기를 펼치면서 단번에 화제를 불렀다. 그의 절기에 감탄을 금치 못한 사람들의 제보로 중앙TV에 출연차 현재는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중앙TV는 실제 방송이 나갈 경우 열 손가락으로 다른 숫자를 쓰는 것을 도저히 믿지 못하는 시청자를 위해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선 황의 묘기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목적으로 중국과학원의 연구소로 보내 뇌파와 손가락의 운동능력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뇌파는 극히 정상으로 나왔고 손가락의 말초신경 움직임이 일반인에 비해 다소 활발한 것으로 판명됐다.
때문에 그의 남다른 능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과학적인 검사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황 본인의 설명을 직접 들으면 쉽게 납득이 간다. 그가 이런 전례 없는 장기를 습득한 경위는 이렇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황은 일에도 연애에도 빵점이었다. 고향을 떠나 지난 10년간 전국을 떠돌며 공사장 인부와 청소부로 일했다.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프로포즈를 해봤지만 전부 거절당했다.
하지만 피 끓는 청춘인 그는 이대로 허송세월 할 수 없다고 결심했다. 누구도 모방하지 못하는 것을 한다면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황이 도전한 것은 양 손으로 붓글씨 쓰기였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뛰어난 그는 얼마 되지 않아 이를 마스터했다. 그런데 그 정도의 기술을 가진 이들은 이미 중국 여기저기에 수십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 것이 10개의 손가락으로 동시에 아라비아 숫자 쓰기였다. 1개월 이상 낮과 밤을 지새운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성공해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
황은 중앙TV의 ‘묘기대행진’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치게 되면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고 부모를 모시며 농사일에 전념하면서 평범하게 살 계획이라고 한다.
이정흔 스포츠한국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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