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운동권 출신들이 간첩단을 조직해 친북 활동을 해왔다는 ‘일심회’ 사건 관련자 5명에 대해 법원이 16일 간첩혐의를 인정해 4~9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사건 초기부터 논란이 컸던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수사기관이 또 다시 ‘짜맞추기식 표적ㆍ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김승규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심회 사건과 관련, “충격적인 간첩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국정원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비상식적인 발언이라 “국정원이 미리 간첩단으로 단정해 놓고 수사를 맞춰가는 게 아니냐는”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도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 이래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결론 내리고 ‘일심회’ 관련자들을 이적단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일심회 상급조직원이 여러 명의 하급조직원을 1대 1로만 접촉하고, 하급조직원 상호간은 서로 알 수 없게 하는 새로운 간첩단 형태인 ‘단순연계 복선포치’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16일 검찰의 기소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최초 구성원이 4명에 불과한데다 장민호(44)씨를 제외하면 나머지 피고인 4명은 서로 얼굴도 모르고 일심회라는 명칭도 몰랐다”며 “이적성은 있지만 ‘위계ㆍ책임 분담의 체계가 있는 결합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원이 “간첩일지는 몰라도 간첩단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간첩단으로 몰고 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원은 국가기밀 여부에 대해서도 ▦비공지 사실일 것 ▦국가안전에 실질적 위험이 있을 것이라는 2가지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 검찰이 장씨에 대해 대북보고 혐의로 기소한 국가기밀 56개항 중 34개에 대해 무더기 무죄 선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해 대북보고 했던 ‘2002년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공지의 사실이거나 장씨의 주관적 의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면담자료’, ‘민주노동당 지역 조직 연락처’ 등의 문건은 “저장장치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기밀유출 목적으로 보유했다고 볼 수 없다”,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은 기밀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일단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검사는 “법적으로 2인 이상만 모여도 단체요건이 되는데 이적단체 판단 기준이 검찰과 다른 것 같다”면서 “민노당 홈페이지 올라 있는 내용은 기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등 법원이 국가기밀 여부도 너무 좁고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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