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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16> 오로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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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무대다] <16> 오로라월드

입력
2007.04.1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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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파는 게 아닙니다. 브랜드를 팝니다.”

오로라월드의 홍기우(60) 사장에게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흔히 ‘봉제 인형’이라 불리는 캐릭터 완구를 제조하는 오로라월드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의 캐릭터 완구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 4위, 러시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로라월드가 세계 캐릭터 완구 시장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체브랜드 수출에 있다. 전체 생산량의 95%를 수출하고 있는 오로라월드의 자체브랜드 수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중소기업치고는 놀라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홍 사장은 “단순히 상품만을 팔아서는 세계 시장에서 정상권에 다가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경영만이 살벌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기업들에게 강조되고 있는 브랜드 경영을 현실적으로 실천에 옮기기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특히 영업환경이 열악한 중소 기업들에겐 더욱 그렇다. 오로라월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985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로 출발한 오로라월드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90년대 초반. 홍 사장은 “해외 주문 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무니 없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오는 바람에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인건비도 크게 올라 채산성이 더욱 악화됐다.

“언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려 다닐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OEM 업체로서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한 거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오로라월드의 자체브랜드가 탄생하기 시작한 순간을 홍 사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세계 캐릭터 완구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지역에 반드시 터전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택한 것이 오로라월드의 미국 지역 위장 판매법인(A&A 플러시) 설립(1992년)이었다. OEM 주문이 끊어질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회사 운영 자금도 마련하면서 향후 자체브랜드 진출에 대비해 현지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거점이 필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로라월드의 자체브랜드를 부착한 ‘플럽시(인형 속에 솜뭉치 대신 작은 콩을 넣어 만든 제품)’가 A&A 플러시를 통해 선보이자,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지며 가지고 놀 수 있는 플럽시 인형은 지금도 미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오로라월드의 효자 수출 상품이 됐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시세 확장을 해 나가는 A&A 플러시를 미국 업체들이 그냥 놔둘 리 만무했다. 플럽시가 유명세를 타면서 A&A 플러시가 오로라월드의 전진기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 동안 거래해왔던 미국 업체들이 하나 둘씩 OEM 주문을 중지시킨 것이다.

“앞이 컴컴했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으니까요. 그래도 A&A 플러시를 세운 이후 자체브랜드를 출시한다는 방침 아래 꾸준히 역량을 키워온 터라 ‘자체브랜드 출시’라는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홍 사장은 자체 브랜드로 난국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1년 동안 40여 곳의 전시회장 등을 찾아 다니며 오로라월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섰지만, 제품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오로라월드가 선택한 정공법은 결국 빛을 보기 시작했다. ‘밀림의 왕자 레오파드’를 포함해 연이어 출시된 동물을 주제로 한 캐릭터 완구가 히트제품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는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한 것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니, 국내 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다. 대형 놀이공원에서는 앞 다퉈 오로라월드의 제품을 진열할 수 있도록 매장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각지에서 제품을 요구하는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 오로라월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착수한 중국 거남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거남 공장이 안정화될 경우 월 150만 달러 규모의 제품 생산이 가능해 오로라월드는 전체 생산능력을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올해 매출 목표도 사상 최대치인 55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홍 사장은 “최근 달성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가 지난해 환율 문제에 부딪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영업부진에 따른 결과가 아닌 만큼 올해는 매출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 오로라월드의 핵심 경쟁력 '디자인연구소'

“브랜드 경영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바로 ‘디자인’에 있습니다.”

홍기우 사장은 오로라월드의 핵심 경쟁력은 ‘디자인연구소’에 있다고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로라월드의 브랜드 파워는 차별화한 디자인 역량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오로라월드는 전체 직원의 약 40%가 디자인과 관련된 분야에서 종사한다. 오로라월드 디자이너들은 입사 후 일정기간 교육 과정을 거친 후 상품을 다자인 할 수 있다. 회사 경쟁력이 제품 디자인에 있는 만큼, 핵심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과정도 까다롭고 엄격하다.

선발된 디자인 전공자는 3~4년간 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집중 훈련을 받는다. 세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미국 등 선진국 파견과 순환근무는 기본이다. 공장 현장에서부터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마지막 과정까지 꼼꼼하게 직접 살펴보는 것 또한 필수 코스다.

이런 과정을 마친 디자이너들은 서울에서 4회, 미국에서 2회 등 총 6회에 걸쳐 상품기획과 마케팅, 영업 인력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품 개발 미팅을 가진다. 해마다 오로라월드에서는 5,000여개의 샘플이 제작되지만 이 글로벌 미팅을 통해 선별되는 20%의 제품만이 세상 구경을 하게 된다. 나머지 80%는 폐기 처분된다.

오로라월드는 특히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주요 거점 지역에 디자인 연구소를 설치, 운영중이다. 한국 본사를 주축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새로운 캐릭터 디자인 등을 개발하는 디자인 연구센터를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홍콩에 두고 있다. 신소재 및 신상품 개발을 주로 전담하는 디자인 개발센터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마련했다.

각국에 퍼져 있는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통합 네트워크 시스템(아이 러브 오로라)도 구축돼 있다. 이 시스템에는 오로라월드 디자이너들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4만5,000여종의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패턴과 소재, 원단 등 상품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초 자료들이 축적돼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 자료를 이용해 작업시간 단축과 신규 디자인 개발에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허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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