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등 대형 유통 매장의 진출과 영업을 제한하는 법안들이 최근 국회에 잇달아 제출되면서 물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던 대형 마트 규제 공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형근(한나라당) 의원 등은 이달 초 대규모 유통점포의 개설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하는 것(등록제→허가제)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재래시장으로부터 500m 거리 이내에는 원칙적으로 대규모 점포를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개정안이 이원영(열린우리당) 의원 대표 발의로 제출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비슷한 내용의 중소상인 보호법안들이 계류 중인 상태. 지난 2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대형 점포의 개설 요건을 허가제로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대형 매장에 대해 휴일 영업이나 야간 영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대형 마트 규제 법안들을 다뤘지만, 정부가 인위적 영업규제에 부정적 의견을 냄에 따라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신세계 롯데쇼핑 삼성테스코 등 유통 대기업들의 치열한 출점 경쟁 속에 중소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 영세상인의 저항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슈퍼슈퍼마켓(SSMㆍ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중간사이즈) 규모로는 처음 시도한 광명점(350평)을 지난 1월 열었지만, 인근 광명시장 상인들의 반발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대전, 전주, 광명 등 지자체 10여곳도 영세 자영상인 보호를 위해 주거지역,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 등에 대형 유통점의 입점을 제한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대형유통점ㆍSSM 확산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 마트 규제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들이 대형 할인점 출점 경쟁에 이어 최근에는 1,000평 미만 규모의 SSM에 진출하면서 동네상권까지 장악하고 있어 영세 중소상인들은 이제 길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대형 점포의 24시간영업 규제 △도심 진입 제한 △일정 인구 이상의 지역에만 출점 허용 등을 법제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유통산업발전법’상 면적 3,000㎡ 이상 대형매장 개설요건을 등록제로 규정한 것 외에는 대형 유통 매장의 출점이나 영업을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산업자원부는 대형 마트 규제 추진과 관련, “허가제 전환 등을 통한 유통업체의 출점 제한이나 영업품목 제한은 시장접근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카운티 차원에서 대형유통점의 대명사인 월마트 입점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있지만 연방정부나 주정부 차원의 제한은 없다.
반면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대형 점포의 일요일 및 공휴일 영업을 통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라파랑법에 의거, 면적 300㎡이상의 유통 매점은 지역상업시설위원회의 건축 및 토지사용 허가를 받고 6,000㎡이상의 경우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하는 등 출점을 제한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관계자는 “규제법안이 아니더라도 지역 상인들의 반대와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 이미 간접적 규제로도 출점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대형 유통매장의 입지 제한 등 규제는 소비자들이 값싼 제품을 구입할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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