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KOSPI)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주식형 펀드에선 자금이 빠지고 있다.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 기대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늘자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증시의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올랐을 때 ‘먹고 떠나는’ 것이라는 해석과, 어차피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인 마당에 중장기적으로 결국 투자할 곳은 증시 밖에 없고, 따라서 환매자금이 곧 돌아올 것이라는 해석이 맞서고 있다.
1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3일 현재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50조9,700억원으로 지난달 말 51조6,750억원에 비해 7,050억원 가량 감소했다. 특히 KOSPI가 전고점을 돌파한 이 달 4일(51조8,260억원) 이후 불과 6거래일 만에 8,560억원이 줄어 자금유출 움직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해외투자 펀드를 제외한 순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보다 심각하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13일 현재 31조6,522억원으로 이 달 들어 9거래일 동안 1조3,290억원 이나 줄었다. 투신사들은 같은 기간 KOSPI 시장에서만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주식형 펀드에서 이처럼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펀드투자가 본격화한 2004년 이후 가입한 적립식 펀드들의 만기(평균 3년)가 도래하면서 그간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들이 재투자 대신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 이건웅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최근 한달 가까이 쉬지 않고 올라 투자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라며 “지난 주 시작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도 펀드 환매를 부추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식형 펀드 환매 움직임이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1,520선을 넘어선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차익실현을 한 펀드 환매자금도 증시를 이탈했다기보다 증시가 향후 조정을 받을 경우 저가 매수에 나서기 위해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낮은 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풍부한 시중자금이 결국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지역 증권사 지점에는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속속 유입되고 있다. A증권 개포동 지점의 경우 지난 주 서울 마곡지구 등지에서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고객 10여명이 1인당 2~3억원 가량을 해외투자 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예치했다. 국민은행 김형철 청담PB센터 팀장도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가 2분기 안에 한 차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하고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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