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가들은 작품을 어떻게 고르고 사고 즐길까. 서울 대림미술관의 기획전 <컬렉터의 선택-컬렉션 2> 는 한국과 일본 컬렉터 5명을 초대해 직접 전시를 꾸미게 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모험을 보여준다. 지난해 컬렉터들의 거실을 미술관으로 통째로 옮겨서 보여준 데 이어 올해는 그들이 선택한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매년 지속될 이 전시의 기획자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는 “좋은 컬렉터란 무엇이고, 좋은 컬렉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의 선택을 통해 보여주려는 전시”라고 설명한다. 컬렉터의>
그림, 조각, 사진, 설치, 영상 등 전시에 나온 작품 70여 점은 컬렉터마다 서로 다른 취향과 생각을 보여준다. 작품 구입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인 것은 선택의 기준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이다. 남의 말이나 작가의 명성에 쏠리지 않고, 무명 작가라도 자기가 좋으면 선택하는 식이다. 작품을 사기 전에, 또 사고 나서도 작가와 작품, 미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 미술 덕분에 삶이 더 풍성해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추상과 미니멀 작품을 좋아하는 한국인 컬렉터 K씨는 박영남, 김봉태, 양주혜, 고영훈 등 살아있는 한국 작가들 작품을 주로 모았다. 죽은 뒤 인정하는 것보다 살아있을 때 그들의 활동을 지켜봐 주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미술시간에 반 고흐의 생애를 듣고 감명을 받아 교과서의 미술 사진을 스크랩 하다가 컬렉터가 됐다.
30년간 컬렉션을 해 온 기업가 P씨는 그림을 사러 갈 때 되도록 혼자 간다. 옆에서 누가 거들면 엉뚱한 것을 사고 후회하기 때문이란다. 이우환, 권진규, 장욱진, 김환기 등 인기 작가의 작품을 많이 갖고 있는데, 권진규의 조각을 특히 좋아해 권진규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한다.
컬렉션을 시작한 지 5년 된 강태호(일주아트 디렉터)씨는 젊은 작가들의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다. 작품이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모은 작품을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신념과 이상, 지적 탐구의 깊이와 변화 과정을 확인한다.
일본인 다이스케 미야쓰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면서 국제적인 현대미술 컬렉터다. 직장에 사흘 휴가를 내고 와서 전시를 점검하고 돌아갔다. 비디오작품은 소장품으로 별로 인기가 없는 편인데, 특이하게도 칸디스 브라이츠, 양푸동, 젊은 일본 작가들의 비디오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그는 친분있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으로 직접 꾸며준 ‘드림하우스’에 산다.
일본인 가정 주부 도시코 페리에는 현대미술 작품을 모으다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사무실을 열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싸게 나온 작품을 사면서 컬렉션을 시작했고, 젊은 일본 작가들 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그는 “예전엔 보수적이었는데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웠고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7월 8일까지. (02)720-0667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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