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활약 중인 김미현의 골프백에는 3, 4, 5번 아이언이 없다고 한다. 아이언은 6번부터 9번까지만 있는 대신 다양한 용도의 웨지와 페어웨이 우드가 많다. 김미현의 우드 다루는 솜씨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스윙과 함께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김미현이 ‘우드의 마술사’라는 소리를 듣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결과 큰 파워가 필요한 롱 아이언보다는 다루기 쉬우면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페어웨이 우드를 익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우드 샷에 백스핀을 먹일 수 있을 정도의 달인이 된 것이다.
90대 벽을 깨지 못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특징 중 하나가 풀 세트의 골프채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보통 시판되는 골프채는 9개의 아이언과 드라이버를 포함한 3개(또는 4개)의 우드, 그리고 퍼터 등 13~14개로 구성돼 있는데 대부분의 골퍼가 처음 배울 때나 구력이 몇 년 되었을 때나 별 생각 없이 풀세트를 갖고 다닌다.
물론 초보 시절에는 모든 채를 다루는 기본을 터득하기 위해 풀세트를 갖고 다녀도 되지만 구력이 쌓이면서 잘 다루는 채와 그렇지 못한 채로 구분이 되면 굳이 풀세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90대나 80대 벽을 깨고 싶다면 부단한 연습과 함께 골프채를 자신에게 맞게 재편성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연습해도 모든 채에 능숙할 수는 없다. 3, 4번 같은 롱 아이언은 잘 다루면서 어프로치나 퍼트에 자신이 없는가 하면, 롱 아이언은 형편없어도 페어웨이 우드를 잘 다루고 트러블 샷을 잘 소화해내는 등 나름대로 강점과 취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골프채를 구성하는 게 스코어를 낮추는 또 다른 비결이다. 자기에게 맞는 병기로 재편성하면 확실히 골프가 달라진다.
철저한 경쟁논리가 적용되는 사업에서도 나만의 병기 편성은 그대로 적용된다. 자본 기술 마케팅 디자인 등 경쟁력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기업마다 나름의 취약점이나 강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남과 똑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다간 힘의 논리를 극복할 수 없다. 긴 창을 들고 덤벼드는 적을 예리한 단도로도 제압하듯, 나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보강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비즈니스 정글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골프에세이스트 ginn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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