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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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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설국

입력
2007.04.1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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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 / 민음사13년에 걸쳐 쓴 일본적 아름다움

노벨문학상(1968)을 받은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73세 때인 1972년 4월 16일 가스관을 입에 물고 유서도 없이 자살했다.

그와 젊은 시절 예술지상주의적 문학활동을 함께 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가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자살한 45년 후, 그의 추천으로 등단한 미시마 유키오(1925~1970)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외치며 할복자살한 2년 후의 일이다. 가장 일본적 작가인 세 사람은 죽음도 닮았다.

소설 <설국(雪國)> 은 가와바타 문학의 정점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이 서정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도쿄 출신 무용평론가 시마무라와 설국의 게이샤 고마코, 미소녀 요코 3명의 묘한 분위기의 삼각관계가 줄거리다.

하지만 <설국> 은 줄거리로 읽는 소설은 아니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미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통해 이른바 '비정(非情)의 눈'으로 생의 허무를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 하얀 눈과 대비되는 화재 장면 등을 묘사하는 탐미적 문장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

중편소설 분량인 <설국> 을 가와바타는 1935~1948년 문예지에 분재하고 개작하는 등 무려 13년에 걸쳐 썼다. 그것은 그의 집념이지만,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본어 원문보다 낫다는 평까지 들은 영문 번역자(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공로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의 번역 문제에서도 새겨야 할 대목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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