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로 삼성그룹과 4조7,000억원대의 초대형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인 삼성차 채권단이 원금 회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가 상장 기대감에 힘입어 70만원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당장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행 중인 소송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일 장외주식 전문사이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장외 시장에서 54만원대에 머물던 삼성생명 주가는 최근 1주일 동안 급등세를 보이며 13일 63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생보사 상장 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조만간 70만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차 채권단에게 ‘삼성생명 주가 70만원’은 부채 원금과 다름없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14개 채권단이 삼성차에 2조4,500억원을 대출해 주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이 지연돼 원금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채권단은 2005년말 “삼성 측이 부채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며 이 회장과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대출 원금 및 연체 이자를 포함해 4조7,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물론 삼성생명의 장외 주가가 70만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해도 주식을 내다팔 시장이 없어 채권단이 당장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원금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늘어난 연체이자의 회수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만 정리되면 언제든 삼성생명이 상장에 나설 수 있어 실제 회수액은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소송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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