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 8쌍 중 1쌍은 외국인 여성이 배우자인 시대다. 농촌총각은 4명 중 1명이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도 다민족ㆍ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더이상 순혈주의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들 여성이 한국인의 아내와 한국의 어머니로 동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의 자녀에게도‘코시안’이라는 차별의 딱지가 붙는다. 결혼이민자 가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이들을 한국민으로 통합하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건수는 3만9,071건으로 전체(33만7,528건)의 11.6%를 차지했다. 국제결혼 상대방의 68.8%가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었으며 대부분이 여성이다. 2005년의 4만3,815건(13.7%)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최근 결혼하는 부부 8~9쌍 중 1쌍은 동아시아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있는 셈이다.
특례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로 입국 기회가 많아진 재중동포들이 점차 결혼을 입국 수단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베트남과 필리핀 여성을 배우자로 맞는 경우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2003년 1,500여명에 불과하던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은 지난해 9,812명으로 늘었다. 베트남 출신 여성은 대부분 농촌 총각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전남의 경우 지난해 결혼한 1만1,322쌍의 신혼부부 중 22.68%인 1,816쌍의 반쪽이 외국인 배우자, 그것도 대부분 동남아 여성이었다. 총각 4명 중 1명이 동남아 여성을 배우자로 맞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의 17.5%가 가정폭력을, 결혼이민자 가족의 30%가 각종의 차별을 경험했다. 결혼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7.2%가 낮시간 부모의 보살핌 없이 홀로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국제결혼 가정의 이혼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건수는 6,187건으로 전체 이혼(12만5,937건)의 4.9%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2003년 2,784건(1.6%), 2004년 3,315건(2.4%), 2005년 4,208건(3.3%)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외국인과의 결혼이 2005년에 비해 4,000여건이 줄었는데도 오히려 이혼은 크게 늘어 다민족ㆍ다문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결혼이민자 가정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민족ㆍ문화 갈등으로 홍역을 치를 것이 뻔하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결혼이민자 가정을 한국사회로 통합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이들은 영원히 제2국민이라는 열등감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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