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는 중국을 믿을 수 있는가-원자바오를 야스쿠니에 데려가자’(보이스) ‘중국 대일특무공작 흑서(黑書)-이것이 원자바오의 방일 미소외교의 참혹한 내막이다’(사피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일로 모처럼 중일관계가 호전되는 분위기이지만 일본 서점가에는 이 같은 표지의 잡지들이 여전히 판매대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다. 우익 매체들은 일본의 과거사를 왜곡ㆍ축소까지 불사하며 전전(戰前) 일본 군국주의를 그리워하는 일부 독자층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과 월간지 세이론(正論) 쇼쿤(諸君) 보이스(VOICE) 윌(WILL), 격주간지 사피오(SAPIO) 등은 일본에서 메이저리그급 우익 매체로 꼽히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큰 형님 뻘쯤 된다. 1922년 창간된 미나미오사카(南大阪)신문가 전신인 산케이신문(발행부수 210여만부)은 58년 경영난으로 재계의 지원을 받으면서 우익의 대변지로 변신했다. 후지TV와 함께 후지ㆍ산케이그룹의 주력 4개사 중에 하나인 이 신문은 주니치(中日)-도쿄(東京)신문에 이은 업계 6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친미(親美) 보수’를 주창하는 이 신문은 전전 ‘일본정신’의 회복을 외치며 과거사의 왜곡과 축소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난징(南京)대학살과 일본군 위안부의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으며, 95년부터 과거사 수정 캠페인을 펼쳐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결성과 교과서 집필을 이끌어 냈다.
이 신문은 월간 세이론(8만7,000여부 발행)도 발행하고 있다. ‘친미 반공’을 기본으로 하는 이 잡지는 반공ㆍ우익계 종교단체 등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쇼쿤(8만2,000여부)은 월간지 분게이??주(文藝春秋ㆍ62만여부)가 발행하는 잡지이다. ‘점잖은’ 분게이??주가 실을 수 없는 보수ㆍ우익 성향의 기사를 다루기 위해 1969년 창간됐다. 복고적인 일본 전통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이론과 함께 새역모의 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진보지 아사히신문을 집요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쓰시타(松竹)정경숙과 자매 관계인 PHP연구소가 1980년 창간한 보이스(3만3,000여부)는 안전보장분야 등에서 보수ㆍ우익 성향의 주장을 적극 소개하고 있고, 윌(워크매거진 발행)은 한국과 중국 때리기 기사가 많아 자연스럽게 우익지로 분류된다.
이밖에 출판사 쇼각칸(小學館ㆍ13만9,000여부)이 만드는 격주간지 사피오도 친미적 경향을 유지하며 혐한(嫌韓) 혐중 감정을 조장하는 특집을 많이 게재하고 있다. 지난해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의 집을 불태운 우익 방화범이 이 잡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잡지의 커버스토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이 2009년 일본을 무력 병합한다’는 것이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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