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밤 하늘이 화랑 안으로 들어왔다. 전시장에 매트가 놓여 있다. 드러누운 채 천장을 올려다 보면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우주가 펼쳐진다. 대형 화폭 6점을 높이 5m의 천장에 매달아 휘장처럼 늘어뜨렸다. 깊고 푸른 우주, 별이 흐르는 아득한 바다에 중세 성당의 평면도가 고요히 떠 있다.
파리, 프라하 등지의 성당들이다. 점과 선으로 골격만 드러낸, 아름답고 투명한 기하학적 형상의 평면도가 도시의 야경 같기도 하고 밤 바다를 항해하는 배 같기도 하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우주에 뜬 이 성당을 ‘천상의 방주’라고 부른다.
서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 정연희(62)씨가 서울 팔판동의 갤러리 인에서 열고 있는 6년 만의 한국 개인전 풍경이다. 이번 전시 제목이기도 한 <솟아오르는 강> 은 설치작업이다. 그림을 천장에 매달고 바닥에 깔았다. 투명 아크릴 판으로 덮인 그림, 별이 빛나는 우주를 걷노라면 사라진 물밑 도시의 전설이 떠오른다. 조명과 빔 프로젝트, 음향이 신비한 느낌을 더한다. 귓가에 물 소리가 찰랑대고, 햇빛이 수면에 그리는 물 그림자는 천장의 화폭에 일렁거린다. 솟아오르는>
천장과 바닥이 조응해서 환상을 연출하는 이 공간에서 관객은 우주의 여행자가 된다. 우주는 얼마나 크고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우물 속을 들여다보듯 맑고 투명하게, 밤 하늘을 올려다보듯 멀고 깊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이 방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라고 권한다.
그가 천장 설치작업을 시작한 건 1995년이다. 한국에는 1999년 토탈미술관 개인전에서 처음 내보였다. <휴식으로의 초대> 라는,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가는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휴식으로의>
근작들로 꾸민 이번 전시는 설치작업 외에 캔버스나 알루미늄 판에 그린 평면 회화 15점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대형 캔버스에 밤 하늘을 펼쳤다. 큰 화폭을 다루기 위해 그는 캔버스를 바닥에 펼쳐놓고 붓이 아닌 빗자루로 바탕을 칠한다. 물로 적신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들이붓고 이리저리 기울여 원하는 색채와 형상을 얻고 그 위에 덧그린다. 물감이 흐르고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효과를 즐기는 것이다. 물감을 듬뿍 적신 큰 붓을 세차게 흔들어 흩뿌리기도 한다.
우연성에 기대는 이런 작업 방식에 대해 그는 “물을 갖고 노는 어린 아이나 물 속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라며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알루미늄 판에 유화 그린 지는 10년. 물감을 칠한 표면을 기름 바른 롤러로 문질러서 작업한다. 무거운 롤러를 굴리느라 낑낑대는 중노동을 무척 즐기는 눈치다. 힘들겠다는 말에 오히려 “그림 그리고 싶어지죠?”하고 약을 올리는 것을 보면.
전시는 25일까지 한다. (02)732-467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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