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학문의 가교를 돈독히 해 오던 중국 베이징 인민대 국학원 짠항룬(詹杭倫) 교수에게 남상호(57) 강원대 철학과 교수가 1일 새 책을 부쳐 보냈다.
이번 책에 수록한 자작시 중 ‘일구시문개만상(一句詩文開萬想) 무연불기벽신천(無然不企闢新天)’이란 구절을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구절의 시문도 무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니 / 무연하게 아무런 전제가 없으면 신천지를 개척할 수 있으리’.
지금까지 동양 철학에 관해 9권의 저서를 낸 남 교수가 새 책 <한시로 만나는 제자백가> 를 냈다. 수록된 340수의 한시들은 3년에 걸친 작업의 결과다. “지식 위주로 변해 가는 철학을 본래의 지혜로 되돌리는 데는 시보다 좋은 게 없다는 판단입니다.” 동양 철학의 정수를 한시의 형식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 <노자> 를 텍스트로 해 한 편마다 주제어를 정한 다음, 엄격한 칠언절구 양식을 빌어 화답했다. 철학적 한시인 셈이다. 노자> 한시로>
“말하자면 리모델링이죠.” 실제로 전범이 된 책은 <시경> . 노자도, 공자도 텍스트로 삼았던 양식이다. 시경>
중국 사상의 본류를 시 형식의 글로 표현해 보겠다는 독창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것은 2001년 8월. 공자 전공자로서 <시경> 에 관한 논문을 쓰던 중이었다. “시를 짓고픈 욕심이었다고나 할까요. 시를 짓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그보다는 철학 공부만 하다 보니, 시문만 나오면 슬며시 들곤 하던 공포감을 자기 방식으로 극복하는 것이기도 했다. 시경>
고려대 철학과에서 자신을 동양 철학자로 키운 중천(中天) 김충열 선생을 필두로, 항상 교정 작업을 도와 준 아내와 국어 교사를 하는 딸에 대한 감사는 책 편편이 배어 있다.
“선생님한테 비한다면 (책으로 낼 생각은) 차마 못하죠.” 2001년 이후 비슷한 식으로 지금까지 모두 700여수의 한시를 지어 놓았다. 이제는 <중국 철학 방법사> 를 탈고하는 데 진력할 생각이다. 중국>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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