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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첫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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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첫회 공연

입력
2007.04.1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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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6:00. 유니버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강예나(32)가 짙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뜬다.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이른 기상이지만 급한 마음에 아침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커피 한 잔과 베이글을 겨우 사 들고 종종 발걸음을 옮긴다.

AM 8:30.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을 막 등교시킨 주부 박영순(45ㆍ서울 구의동)씨는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서둘러 집을 정리한다. 들뜬 마음에 공들여 화장을 하고 오랜만에 정장도 차려 입었다.

AM 9:30. 평소라면 굳게 닫혀 있을 서울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의 문이 열렸다. 어느새 로비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99%가 여성, 그 중 대부분이 30~50대 주부들이다. 3층까지 1,000여석이 꽉 들어찼다.

AM 11: 00. 유니버설 발레단 문훈숙 단장이 날아갈 듯한 꽃무늬 원피스에 카디건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가족을 보살피느라 저녁 시간에 발레를 보기 힘든 분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문을 뗀 문 단장은 발레의 어원과 발전 과정, 간단한 동작과 의미, 토슈즈와 발레 의상의 변화 등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백조의 호수> 가 ‘한 물간’ 주역 발레리나 때문에 초연 당시 크게 실패했다는 일화를 설명하며 “전 6년 전에 춤을 그만뒀는데 일찍 접은 게 다행이죠?”라고 농담을 하자 웃음이 쏟아진다.

<백조의 호수> 1막 중 호숫가 장면, 2막 중 무도회 장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의 캐릭터 댄스 등 고전 발레의 명장면들이 이어졌다. 백조 군무 장면에서는 나지막한 탄성이 깔리더니 흑조 강예나의 32회 푸에테(연속 회전) 장면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유니버설 발레단이 마련한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첫 회가 열린 13일 오전 풍경이다. 2004년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를 시작으로 최근 클래식 공연계의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은 오전 공연 트렌드가 발레로까지 번졌다.

몸을 사용하는 무용수들에게 오전 공연은 엄청난 부담이다.

공연 시작 최소 6시간 전에 발레 클래스를 통해 워밍업을 하고, 3시간 전에는 리허설을 마쳐야 한다. 또 분장과 의상을 준비하고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도 필요하다. 오전 11시에 막을 올리기 위해 이날 무용수들은 새벽부터 호수 속의 백조처럼 분주한 발길질을 한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강예나는 “회전을 할 때 유달리 중력이 많이 느껴졌다. 마치 모래 주머니를 달고 춤춘 것 같다”며 웃었다. “생체 리듬이 바뀌어 다들 화장실도 못 가고 반쯤 멍한 상태였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따뜻하고 친근해서 관객석이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이처럼 해설이 곁들여진 오전 공연들은 주부들의 문화 갈증을 해결하고, 새로운 관객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 공연 관람층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단순한 ‘사교 모임’에 그치고 만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문 단장은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오전 공연 횟수를 늘리고 싶다”면서 “당장 발레 관객으로 연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발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전발레 편으로 시작된 브런치 발레는 창작발레, 드라마발레, 현대발레의 순서로 매 계절마다 이어질 예정이다. 가격은 1만5,000원~2만원.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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