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은 13일 헌법개정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안을 여당인 자민ㆍ공명당의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전후 일본 보수세력의 염원이었던 국민투표법이 사실상 성립된 것이다.
5년 내 헌법 개정을 공언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본격적인 개헌 태세를 갖추게 됐다.
법안은 ▦국민투표의 대상을 헌법개정으로만 제한하고 ▦헌법개정은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당은 당초 별도의 법안을 제출한 민주당과 단일안을 만들어 통과시킬 방침이었으나 결국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안은 국민투표 대상에 개헌뿐만 아니라 주요 국정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 등에서 여당과 차이가 있었다.
법안은 참의원으로 옮겨져 5월 중 통과될 전망이다. 아베 정권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개헌 분위기를 조성,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를 핵심 쟁점으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이론적으로는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3분 2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올해 내라도 의회의 개헌 발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헌법은 중ㆍ참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 발의와 국민투표를 통한 과반수의 찬성을 개헌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중의원에서 이미 3분의 2이상을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투표 법안은 통과ㆍ공포된 뒤 3년 후 발효하게 돼 있다.
헌법상 규정된 절차법인 국민투표법안의 제정 움직임이 국내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일본만의 독특한 사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가 전후 개헌논의를 극도로 터부시해 온 상황에서 국민투표법도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개헌논의가 활성화된 2000년 의회에서 처음으로 이 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이후 7년 만에 드디어 법안 통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교육계의 평화헌법’이라고 불렸던 교육기본법과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는 자위대법관련법의 개정에 성공한 아베 정권은 다시 한번 보수세력이 염원해 왔던 전후 관련 법안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중의원은 또 미일간의 현안인 주일미군재편을 촉진하는 법안도 가결했다. 주일미군재편추진특별조치법(안)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법안 역시 민주당과 사민, 공산당 등 야당의 항의 속에서 여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여당은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26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주일미군의 시설을 받아들이는 지방자치단체에 ‘재편교부금’을 지급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2017년 3월까지를 시한으로 하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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