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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대신 백합나무로 '제2의 녹화 운동'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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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대신 백합나무로 '제2의 녹화 운동' 편다

입력
2007.04.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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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의 빈 자리를 백합나무로 채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달 재선충(材線蟲)의 습격을 받아 잣나무 2,000여 그루가 잘려나간 경기 남양주시 광릉수목원 인근 산림청 국유시험림에 백합나무 1만 그루를 심기로 했다.

산림과학원은 13일 “재선충 감염 잣나무 2그루가 확인돼 국유시험림 5㏊(1㏊는 1만㎡)에 있는 잣나무를 모두 베어냈다”면서 “대신 병충해에 강하고 경제성도 뛰어난 백합나무를 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26일 백합나무 심기 행사를 열 예정이다.

과학원이 국유림에 백합나무를 심기로 한 것은 한국포플러위원회 심종섭 회장 등 원로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심 회장과 김기운 백제약품 회장, 김현표 전 산림청 차장은 한국일보와의 식목일 기념 인터뷰(4월5일자 11면)에서 “1960년대 초부터 시작했던 산림녹화 운동은 최단기간에 국토를 푸르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고 경제성을 따져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제2의 산림녹화 운동’ 대상 나무로 우리 풍토에 잘 맞고 경제성도 좋은 백합나무를 제시했다.

심 회장은 13일“올해 식목일 기념 행사에서 ‘백합나무를 심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원로들의 제안을 서승진 산림청장이 받아들여 백합나무 조림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원은 이번 시험 조림을 계기로 백합나무 심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강한 생명력과 경제성을 두루 갖추고 환경 살리기에도 적합한 백합나무가 ‘미래의 나무’로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유근옥 연구관은 “지금까지 주류를 이뤘던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참나무 등이 재선충, 시드름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지만 백합나무는 중생대 백악기부터 지금까지 질병 없이 살아 있을 만큼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재의 경제성을 재는 기준인 내부투자수익률(IRR)을 봐도 백합나무(9.9)는 잣나무(4.4)의 2배, 낙엽송(0.6)의 16배 된다는 것이다.

유 연구관은 “1980년대 연간 15만㏊에 이르렀던 조림 면적이 현재 2만㏊도 안 되는 것은 국내 전체 산림면적의 70%를 소유한 개인들이 돈이 안 되는 나무 심기를 꺼리기 때문”이라며 “경제성이 뛰어난 백합나무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합나무는 성장속도가 빨라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CO)와 오존(O3) 흡수력도 뛰어나다. 과학원 연구 결과 30년 생 백합나무가 1㏊에서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6.8톤으로 소나무(4.2톤), 낙엽송(4.1톤), 잣나무(3.1톤)에 비해 1.6~2.2배 가량 많았다.

40년 넘게 백합나무 보급운동을 펼쳐온 김기운 회장은 “한국전쟁 직후 땅이 황폐화한 상태에서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심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땅이 좋아져 백합나무 등 활엽수를 얼마든지 심을 수 있다”며 “가치 있는 나무를 미국산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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