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주ㆍ공분근 지음 / 내일을 여는 책 발행ㆍ224쪽ㆍ8,900원
고기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까마귀. 여우는 까마귀에게 “훌륭한 깃털에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갖추셨으니 새의 임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아첨한다. 우쭐해진 까마귀는 “까옥까옥” 노래를 부르고, 고깃덩어리는 여우의 차지가 된다.
베짱이는 여름 내내 그늘에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개미를 비웃는다. 겨울이 되자 개미는 따뜻한 집안에서 편안히 지내지만 베짱이는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개미에게 양식을 구걸한다.
잘 알려진 이 두 편의 이솝우화는 아이들에게 어떤 점을 가르쳐 왔을까. 여우와 까마귀의 이야기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여우처럼 꾀를 써야 하고, 베짱이와 개미의 이야기는 참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대가가 오는 만큼 근면성실 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 것은 아닐까.
현직 중ㆍ고 교사들이 쓴 <다시 읽는 이솝우화> 는 오랜 세월동안 교육용으로 활용됐던 이솝우화의 논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도록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첫번째 이야기는 ‘끊임없이 남을 의심할 것’을 가르친다. 다시>
남을 속이는 자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페어플레이의 법칙에 어긋나더라도 약게 살면 그만이라는 성과중심적인 논리를 전파한다.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무비판적으로 근면성실을 강조하면 순응적인 인간형을 양산하기 십상이다. 그것보다는 먹이를 수집하는 개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듯 고운 노래를 부르는 베짱이의 능력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은이들이 보기에 상당수의 이솝우화에 문제점이 있다. 노예 출신인 이솝의 태생적 한계가 현대사회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령 많은 우화는 자유보다 복종을 강조한다.
공동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하면 개인의 이익을 최대한 얻어낼 수 있을까라는 점에 집중한다. 새 것에 대한 도전은 무모한 짓으로 매도된다. 우화에는 왜곡된 지혜인 ‘처세(處世)’의 논리가 은폐돼 있다는 것이다.
책은 우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통해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적 의지, 개성과 창의력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저자들의 시각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 하지만 강자들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부모들이 자기 희생과 공동체적 가치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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