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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암초, 고래를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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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암초, 고래를 피하라!

입력
2007.04.1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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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6시20분 부산 태종대 동남쪽 14마일 앞 쓰시마섬 근해. 일본 후쿠오카에서 승객 215명과 승무원 8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하던 263톤급 고속여객선 ‘코비호’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 앞부분이 2m 가량 공중으로 치솟은 뒤 곤두박질쳤다. 순간 50~60명의 승객들이 자리에서 튕겨져 나가 의자와 벽면 등에 부딪쳤다.

또 매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배 안을 돌아다니고 있던 승객들은 뱃머리 쪽으로 쏠리며 서로 뒤엉켰고 전기가 끓어진 선실에선 승객들의 비명과 신음으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승객들은 “시속 80㎞ 안팎의 고속으로 달리던 여객선이 갑자기 벼락이 치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떨어졌다”며 당시의 엄청난 충격을 전했다.

이날 사고로 배 앞쪽 하단의 부양용 날개가 떨어져 나가고 기관실 뒷부분이 3분의2 가량 침수됐다. 얼마 후 배 주변 해역은 시뻘건 피로 물들어 마치 적조현상을 방불케 했다. 사고가 나자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해군 고속정 3대와 경비정이 급파돼 2차 피해는 막았지만, 결국 승객 1명이 뇌출혈로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해경은 미확인 물체의 길이가 10m가 넘는 데다 사고 직후 배 뒤쪽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는 진술로 미뤄 고래와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래 충돌사고는 2004년 이후 7번째이다. 이 중 6건이 일본 쓰시마와 부산 조도 근해에서 3, 4월에 집중 발생했다.

이처럼 고래 충돌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대한해협과 동해안에 고래 번식이 크게 늘어난 데다, 한일 관광객 증가로 쾌속선 운항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해협에는 1986년 국제적으로 포경이 금지된 이후 고래 번식이 크게 늘어 밍크고래 돌고래 향고래 등 3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결과 수면 위로 부상하는 고래는 산소를 소진한 상태라 선박이 접근해도 피하지 못하고, 해상의 수중 소음이 심하면 선박의 위치파악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산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여객선이 늘어난 것도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현재 부산~후쿠오카 항로에는 코비호와 비틀호 등 7척의 쾌속선이 연간 60만명을 실어 나르고 있다.

부산~후쿠오카 한일여객선은 대부분 시속 80㎞ 안팎으로 운항하는 쾌속선이지만, 승객 및 고래 안전확보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4월부터 여객선사에 대해 탑승자 전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고래 등 부유물을 발견하면 선박속력 감속 및 발견위치 신고 등 안전조치를 이행토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고래 등 수중부유물 탐지장치 개발 ▦선박안전 콜센터 설치 및 운영 ▦여객선 항로상 고래 출현 시기 및 이동경로 분석 등 충돌방지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김장근(51) 박사는 “쾌속선은 시속 40노트의 빠른 속도에다 규모가 작아 1톤 정도의 고래와 충돌해도 충격은 엄청나다”며 “선박이 고래를 피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방감시장치(FLS)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래연구소는 올해부터 국내 연안에서 활동 중인 어업지도선과 해양경찰선, 해군선박 등 100여 척의 관공선을 활용, 고래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집ㆍ모니터링하는‘광역 고래류 분포정보수집체계’를 가동 중이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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