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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 ‘안전지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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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 ‘안전지대’는 없었다

입력
2007.04.1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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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의 이라크 현지 총통부 역할을 해온 그린 존마저 레드 존으로 추락하고 있다.

바그다드 한복판에 있는 그린 존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 후세인이 사용한던 대통령궁 일대를 개조한 특별경계구역이다. 미국 대사관을 비롯한 각국의 외교 공관과 미군 사령부, 이라크 의사당과 정부 청사 등이 들어서 있으며 미군의 철통 같은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12일 그린 존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라크 최후의 안전지대마저 사라지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의 심장인 의사당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그린 존이 뚫린 것은 2004년 10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미국이 이식한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공격을 상징하는 피의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폭탄은 의사당 회의실 옆 식당에서 엄청난 굉음을 내며 터졌으며, 희생자들의 살점이 튀어 다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의원 3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했다.

식당 옆 건물에선 폭발물이 담긴 손가방 2개가 발견됐다. 테러범은 수니파 소속 의원의 경호원으로 폭발물을 숨긴 조끼를 입고 검색대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테러범 혼자 8번이나 되는 그린 존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3자 지원 의혹도 제기됐다.

티그리스 강 옆 10㎢을 조금 넘는 크기의 그린 존은 금단의 도시와 같다. 테러에 짓눌린 바그다드 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때문이다. 주변이 콘크리트 요새처럼 지어진 데다 경비가 삼엄해 일반적인 차량 폭탄테러는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출입은 3번의 폭발물 탐지수색을 포함해 8번의 검색대를 거쳐야 가능하다. 그래서 그린 존 공격은 원거리에서 로켓포와 박격포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 존의 이런 상징성 때문에 이번 테러의 반향은 확산되고 있다. 그린 존이 나머지 바그다드 지역 전체로 확대되고 이라크 전체가 안정될 것이란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바그다드에서도 1975년 베트남 사이공 철수와 같은 망령을 쫓아버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저항세력이 그린 존에서 의사당을 테러 목표로 삼은 것은 미국의 마지막 희망인 이라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도 볼 수 있다.

의원들이 안전하게 의회를 열 수 없다면 이라크인에 의해 안정된 이라크를 만들기 위한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바그다드에 보안 상 문제가 있다”며 “이라크 안정화 작업은 아직 초기단계”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또 조지 W 부시 미국 정부의 이라크 증파를 겨냥한 일련의 공격으로 분석된다. 저항세력은 의사당 테러 직전 75년 전 영국이 건설한 티그리스 강의 알 사라피야 철교를 붕괴시켜 바그다드를 2개로 분리시켰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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