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취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자금 동결해제 조치에 대해 북한 외무성이 “제재해제 확인 후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북측의 초기조치 이행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측의 이 같은 반응은 미측의 BDA동결해제 조치를 수용하고 조만간 핵 시설 폐쇄조치 이행과 6자 회담 재개에 협력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미측의 조치와 북측 기류, 그리고 북측이 공식 창구인 외무성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사실 등이 논거다.
미측이 자금동결 이전 상태기 되도록 완전히 문을 열었다고 확언한 이상 북측의 송금, 인출, 예금 등 금융 거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측의 동결해제 발표에 ‘유의한다’는 북한 외무성 발표는 미측 조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이날 “BDA문제해결이 사실이면 2ㆍ13합의이행에 장애가 없다”고 말했다.
북측의 공식발표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의 발언에 새삼 무게가 실리게 됐다. 미군 유해송환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리처드슨 주지사는 11일 “북측이 돈을 받을 수 있다면 다음날 IAEA 사찰관을 초청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측은 송금ㆍ인출 등 정상적인 금융거래 확인 후 사찰관 초청, 사찰관 입북 및 핵 시설 폐쇄 검증협의, 폐쇄 조치 등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행 기간과 관련, 정부 당국자는 “우리 같으면 10분이면 될 일이 북측에선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거래 확인은 다음 주초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북측의 IAEA 사찰관 초청은 16일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고, IAEA와의 폐쇄 협의 및 폐쇄조치를 취하는 데 2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측이 폐쇄 시한을 30일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설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한ㆍ미는 이미 초기조치 시한을 넘긴 만큼 조속한 이행을 위해 1주일 내 북측의 폐쇄조치 후 IAEA 사찰관의 입북 및 검증 확인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6자 회담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시한(14일)을 넘겼으므로 지름길로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조만간 있을 베이징(北京) 북미회동에서 다뤄질 것 같다. 13일 베이징으로 떠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회동을 요구한 상태다.
북한 고려항공이 14일 베이징에 취항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날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가능성이 높고 이 자리에서 의장국인 중국과 함께 핵 시설 폐쇄 협의 및 6자 회담 재개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협상동력 복원 차원에서 곧바로 6자회담을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내주 중 6자 회담을 개최돼 초기조치 이행을 확인하고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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