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조명 아래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광대가 외발 자전거에 오른다. 어지러운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외바퀴 위에선 현란한 접시 돌리기 묘기가 펼쳐진다.
기억의 프리즘에 뚜렷이 남아있는 외발 자전거에 대한 잔상이다. 넘어질 듯 일어서며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는 서커스 단원의 모습과 어찌나 절묘하게 어울렸던지.
서커스단의 낡은 천막 속에서 뒤뚱거리던 외발 자전거가 햇빛 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개발도상국 변두리 인생의 고단한 삶을 연명해준 그 외발 자전거가 어느새 레포츠로 진화해 2007년 봄 벚꽃 길을 수놓고 있다. 국내 레포츠 시장에 도입된 지 6년 남짓, 어느새 동호인 3,000여명을 거느린 이색 레포츠로 주목받는 외발 자전거의 세계로 페달을 밟아보자.
외발 자전거, '곡예'라는 편견을 버려!
벚꽃축제가 한창인 10일 여의도 윤중로. 헬멧을 착용한 어린이 십여명이 벚꽃길을 미끄러지듯 달려나가자 주변에서 “와~” 탄성이 터진다. 꼬마들이 타고있는 외발 자전거 때문이다.
무슨 묘기대행진도 아니고, 외바퀴 하나로 균형을 잡는 것이 가능한 걸까 싶은 호기심과 감탄이 섞였다. 꼬마들은 주변의 시선이 즐거운 듯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외발 자전거처럼 안전한 스포츠가 없습니다. 제대로 타는 방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넘어질 일이 없지요. 그렇게 안전을 신경 쓰는 일본인들 조차 외발 자전거를 탈 때는 헬멧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온 조윤제 대한외발자전거협회 회장의 말이다. 협회는 이날 외발 자전거 보급을 위해 여의도 윤중로에서 단체 시범행사를 펼쳤다.
외발 자전거 타기에 입문하려면 누구나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로 외발 자전거의 겉 모습에서 오는 ‘두려움’ 이다.
외발 자전거는 너무나 단순하게 생겼다. 외바퀴에 안장과 페달만 덜렁 달렸다. 처음 보면 정말 한숨만 나온다. 두발 자전거처럼 옆으로 기대놓을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앉아서 신을 수도 없다. 그러니 안장에 엉덩이를 올려놓는 것 만도 큰 일이요,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페달에 발을 올리기가 무섭다.
핸들도 없는 안장을 붙들고 십중팔구 곧바로 넘어질 게 뻔한 상황이다. 구르다 내리막이라도 만나면 어쩌나. 설상가상 외발 자전거에는 브레이크도 없다. 역시 외발 자전거는 ‘곡예’용이 아닐까.
외발 자전거, 일주일이면 노인도 탄다
조윤제 회장은 “시도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왜곡된 두려움만 이겨내면 외발이 주는 공포는 단지 허상에 불과하다”고 손을 내 젓는다.
운동신경이 없는 노인들도 한쪽 페달을 딛고 정확한 타이밍에 안장에 올라앉는 방법을 배우고 허리를 편 후 가드레일을 잡고 오가는 훈련을 하루 1시간씩 1주일만 하면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는, 두발 자전거보다 조금 어려운 정도의 레포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외발 자전거를 탈 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고개를 들라고 합니다. 이 자세를 유지한다면 자전거는 옆으로 쓰러지지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혹은 뒤로 넘어질 뿐입니다.
바퀴가 앞으로 쏠려 몸이 떨어지더라도 얼른 자전거 안장을 놓아 버리면 땅에 다리가 먼저 닿아 다치지 않게 됩니다. 바퀴가 뒤로 쏠려 몸이 넘어가도 마찬가지로 한다면 자전거가 튕겨져 나갈 뿐 몸은 멀쩡합니다. 이 원칙만 머리에 넣고 있으면 두려울 게 없죠.”
장비 구입은 공동구매를 통해서
외발 자전거의 확산을 막는 또 하나의 장애는 장비 구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레포츠 정착 초기 단계라 몇몇 유명 자전거 전문점이 내놓고 판매할 뿐, 동대문 일대 체육상점 가 등에서는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몇몇 국내 쇼핑몰에서 취급하지만 가격이 많이 부풀려져 있다. 동호인들 조차 일본 중국 미국 인터넷 상점을 통해 구매할 정도로 아직 희귀 품목이다.
현재로서 가장 추천할 만한 자전거 구매 루트는 동호회의 공동구매나 협회를 통한 개별 구입을 이용하는 것이다. 자전거는 모두 수입품이며 어린이용 3만원대, 성인용은 20만원 이하로 살 수 있다. 보호장구는 일반 체육상가에서 인라인 스케이트용을 구입해 쓰면 된다.
독학은 금물, 반드시 동호회를 두드려라
다치는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론과 실제에는 늘 편차가 있기 마련. 동호인들은 다른 레포츠와 달리 외발 자전거는 절대 독학을 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조향, 제동장치가 없는 외발 자전거에 별 지식 없이 몸을 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어서다. 동호인 황순연씨는 “동호회에서 먼저 배운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기본기를 배우고 자전거를 혼자서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능률이 오르지 않아 금세 포기하게 된다”며 “협회 등에서 인정한 자격을 갖춘 지도자에게 기본기를 잘 다지는 것이 기본”이라고 조언한다.
협회나 동호회는 보통 외발 자전거 보급 차원에서 희망자들에게 무료로 강습을 해준다. 되도록 자격요건을 갖춘(협회는 생활체육지도자 3급 이상 소지자를 대상으로 실기강습 후 강의자격을 준다) 교관을 선택하고 차가 다니지 않으며, 자전거 도로용 우레탄이 깔리고, 가드레일(길이 10m 이상으로 붙잡고 연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이 장착된 연습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 회장은 “겉보기와 달리 초급자용 자전거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내리막이 아니라면 가속이 붙어 사고가 날 우려도 적다”며 “상급자가 될수록 다양한 개인기를 익히고 즐기는 매력도 남다르다”고 귀띰했다.
도움말ㆍ사단법인 대한외발자전거협회 (02)844-9238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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