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년 연임 대통령제에 관해 각 당이 당론을 밝히지 않으면 내주 초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늦어도 월요일 오전까지 차기 국회의 개헌에 대한 당론 및 대 국민 약속을 밝히지 않는다면 개헌안 발의를 예정대로 한다"는 게 어제 대변인의 설명이다.
전날 각 정당이 차기 국회가 개헌을 추진키로 합의한 데 대해, 청와대가 대체로 이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잘못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 유보에는 각 당의 당론화가 전제 조건으로 달려 있었다. 대변인의 설명은 다시 이를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개헌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집착에 변화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대통령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 깊은 착각과 혼선이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열린우리당이 개헌에 관한 입장을 180도 바꿈으로써 국회의 총의가 이루어진 객관적 정치적 상황에 그리도 몽매한가 하는 말이다.
개헌 발의는 대통령의 권한일지 모르지만 개헌은 국회와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헌법은 정하고 있다. 국민 여론이 노 대통령 재임 중 개헌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미 드러나 있고, 국회가 모든 정파의 만장일치로 다음 국회로 미루도록 하자는 제안을 명시한 마당이면 발의 자체도 권한만을 주장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식과 순리, 정상적인 판단이 흐려지고 흔들릴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개헌에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한 판 붙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했을 때 국민에게 너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개헌 자체의 당ㆍ부당을 떠나 노 대통령은 왜 이런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가라고 묻고 싶다.
특히 노 대통령은 각 당에게 개헌 당론을 정할 시한을 못박는가 하면, 대선과 총선 시기를 일치시키는 소위 '원 포인트' 개헌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개헌이 일방적인 통첩이나 흥정의 대상이어서는 안 될 것이며, 그 방향이나 내용이 독선적이어서도 안 될 일이다. 노 대통령의 개헌론에는 이제 오기만이 비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개헌 발의를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것이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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