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동결해제조치에 북한이 이틀 간이나 묵묵부답이어서 속내가 궁금해진다.
미군 유해송환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주지사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측은 미 재무부가 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북측의 BDA 동결해제조치 수용을 기정사실화했지만 이 발언은 점차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행한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12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미 재무부의 조치를 전달했을 뿐 이에 대한 북측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리처드슨 주지사와는 다른 발언을 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나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1일에 이어 이날도 “아직 북측의 반응이 없다. 수일 내에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북측은 왜 긍정적 신호도, 부정적 신호도 없이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을까. 우선은 아무런 지장 없이 송금ㆍ인출이 가능한지를 확실히 재 보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하루면 되는 일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국제금융거래의 정상화를 노리고 추가 요구를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북측도 이것이 무리한 주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BDA 동결해제조치 지연을 빌미로 6자회담 프로세스와 시간표를 흐트러뜨려 주도권 장악을 노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측이 초기조치 30일 연장설을 흘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30일이 연장될지는 미지수이나, 어차피 북한의 초기조치 시한(13일)을 넘기게 돼 있어 연장은 불가피해졌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2ㆍ13 합의가 국가간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이행 시한을 당사국들이 연장해 줄 수 있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한ㆍ미는 이행시간을 가급적 단축하기 위한 모종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초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힐 차관보는 북측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서울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