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이쪽에 더 이상 마음을 두지 말아주십시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간담회를 하루 앞둔 10일.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각계에서 추천 받은 상근 부회장 후보 가운데 관료 출신 인사는 직접 만나거나 혹은 전화를 걸어 이렇게 양해를 구했다.
조 회장은 이들에게 "전경련의 실추된 위상 회복을 위해 관료 출신의 상근 부회장과 전무를 교체한 만큼 후임자는 재계에서 뽑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며 본격적인 전경련 조직 개혁에 나섰다. 조 회장은 11일 전경련 내부의 '빅3'로 불리는 상근 부회장, 전무,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모두 '젊은 피'로 교체했다.
후임 전무와 원장에는 각각 이승철 전경련 상무와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임명됐는데, 모두 전임자보다 10년 이상 젊다. 아직 공석인 상근 부회장 자리에도 재계 사정에 밝은 젊은 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수뇌부 인사를 통해 조 회장 특유의 일처리 방식과 향후 전경련 개혁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신임 김 원장과 이 전무 모두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 그간 정부와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재계 입장을 깔끔한 논리로 대변해온 실력파"라며 "향후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가 현업과 능력 본위로 이뤄질 것"고 말했다.
그는 또 "조 회장이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억측을 없애기 위해, 관료 출신의 영입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꼼꼼하면서도 뚝심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조석래의 전경련은 이전보다 훨씬 독립성이 강한 색채를 띨 것으로 보인다. 재계 내부로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 중심의 운영에서 탈피하는 모습이 예상된다. 조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전경련은 4대그룹만이 아니라 회원사 전체의 조직'이라고 밝힌 데 이어 11일 간담회도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회의 직후 "지금까지의 방식과 달리 참석한 회장들이 서로 의견을 내고 종합해 가는 방식이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유익한 모임을 가졌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관료 출신의 영입을 배제한 것을 물론이고, 조 회장 스스로 거듭 "회원사가 분명하게 뜻을 모아준다면 언제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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