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13 북핵 합의 이행과정을 초장부터 꼬이게 한 북한자금 동결해제 문제가 어렵사리 해결 국면에 이르렀다. 마카오 BDA 은행에 묶어 놓은 2,500만 달러를 중국은행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동결 명분을 살리려던 미국이 동결조치 자체를 사실상 무효화, 교착상태를 벗어나게 된 것이다.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2ㆍ13 합의의 최초 이행조건이 비로소 충족된 점이 중요하다. 모호하고 잡다한 평가에 신경 쓰기보다는 대국적 안목과 자세로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사찰수용 등 후속조치 이행을 유도하는 데 힘쓸 일이다.
미 재무부가 10일 BDA의 북한계좌 전부에 대해 조건 없는 동결 해제를 발표한 것은 언뜻 파격적 양보로 비친다. 북핵 합의 이행 자체가 난관에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엄격한 원칙을 허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행 등이 북한자금 인수를 거절한 것을 나무란 시각에는 특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토록 떠들썩하게 붙인 '불법자금' 꼬리표를 떼지 않은 돈을 북한과 국제 금융기관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지금껏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해결이 지연된 것은 미국이 동결명분을 공공연히 훼손하지 않으면서 슬며시 '불법' 꼬리표를 떼내는 데 필요한 시간 벌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끈 방북단도 북한이 동결자금의 합법성을 공인하라는 요구를 낮춰, '원상회복' 조치를 현실적 대안으로 수용할 것을 설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볼 때, '행동 대 행동'을 원칙으로 삼은 2ㆍ13 합의의 본질은 아랑곳없이 일부에서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만을 재촉한 것은 엉뚱했다. 마찬가지로, 선결조건 이행이 지연됐기에 핵시설 폐쇄와 사찰 이행에도 당초 정한 30일간의 시일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주장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보다는 2ㆍ13 합의와 6자 회담의 큰 흐름이 다시 흐트러지지 않도록, 모든 당사국의 처지와 이해를 잘 헤아려 순조롭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