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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 체면구긴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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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 체면구긴 美

입력
2007.04.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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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됐던 자금을 북한이 마음대로 인출할 수 있도록 한 해제 결정이 실제 효과를 낼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미국은 이미 BDA해결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무엇보다 이 결정은 BDA의 북한관련 계좌를 동결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때문에 미국이 북핵 6자회담을 공전시키면서 18개월동안이나 강조해온‘법대로’의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결정적으로 초라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제 미국은 과연 처음부터 북한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누군가 의심을 한다고 해도 제대로 항변할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BDA 북한자금에 대한 제재를 주도했던 미 재무부로서는 자존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동결자금 2,500만 달러를 손에 쥐어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과정에서 미 행정부내 국무부와 재무부 사이에 조성된 불신과 갈등의 장막도 적잖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재무부는 국무부에 대해 원칙을 포기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반면 국무부는 재무부가 BDA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어 왔다.

재무부에서는 BDA 문제의 정치적 해결방식을 추진한 국무부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시한을 지키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북한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 돼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 전개는 재무부를 비롯한 미 행정부내 강경 세력들에게 대대적인 내부 반격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은 불만을 애써 참아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중국은 이번 BDA 해결과정에서 결국 북한의 동결자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중국은행의 입장이 반영된 해법의 도출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은행이 떠안아야 할 부담을 회피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궂은 일’을 미국측에 떠넘겨 버린 것이다. 미국측은 중국과의 논의과정에서 중국이 BDA 문제에서 어느 정도 희생할 자세가 돼 있는지에 대해 줄곧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안팎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미국의 현 상황이 앞으로 북핵 해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의 실용주의 외교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각만큼 넓지 않고, 북핵 6자회담 참여국의 폭넓은 지원을 확보하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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