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세청 직원 A씨는 “세무조사를 종결해달라. 얼마면 되겠느냐”는 얘기를 듣고 의뢰인에게 아무 말 없이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며칠 뒤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이 왔다. 뇌물수수죄로 법정에 선 A씨는 “1,000만원을 달라는 의미였고 나중에야 1억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돌려줬다”며 “1,000만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9,000만원에 대해서도 뇌물수수로 인정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전체 뇌물 액수는 얼마로 봐야 할까. 1,000만원만 인정되면 형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지지만, 1억원이 모두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으로 대폭 높아진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가락 한 개가 1,000만원을 뜻했다”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1심 선고형량인 징역 5년을 징역 1년으로 대폭 줄여주었다. 1억원의 거액을 받기로 해놓고 상급자와 함께 약속장소에 간 점, 금품수수 다음날부터 반환을 시도한 점 등도 감안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11일 “피고인이 내심 1,000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해도, 이를 넘는 액수에 대해 뇌물수수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돈을 반환하려 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등 1억원을 모두 갖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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