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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 3년 만에 간담회/ "아들에 경영승계 절대로 강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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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코오롱 회장 3년 만에 간담회/ "아들에 경영승계 절대로 강요 않겠다"

입력
2007.04.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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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할 겁니다. (아들이 경영승계를 원한다면) 기회는 줘보겠지만 절대로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거침없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룹모태인 ㈜코오롱 창립 50주년을 맞아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가 언론과 공식 대면한 것은 3년만이다.

코오롱그룹은 2004~2005년 지긋지긋한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부진에 노사갈등, 자회사의 불법행위까지. 이 회장은 "원래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성격인데 상황이 워낙 어렵다 보니 그것마저 귀찮아지고 그냥 편한 사람들과만 어울릴 정도였다"며 "작년부터 비로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영난에서 완전히 탈피한 코오롱그룹은 사업영역을 화학ㆍ소재, 건설ㆍ환경, 패션ㆍ서비스 등 3개 분야로 재편성하는 한편, 올해 6조원 매출,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구미 공장행 KTX열차 탑승시간까지 늦추면서, 회사경영부터 가족사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의 주요 발언내용을 발췌한다.

▦회사경영: 인사가 가장 어렵다. 발탁되는 사람도 있지만 인사에서 떨어진 사람은 하루 아침에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닌가. 사람을 쓰는 인사(人事)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인사란 인사(人死)란 생각까지 들더라. 그래서 작년부터는 내가 편한 인사가 아닌, 내가 불편한 인사를 하려고 하고 있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회사의 그룹문화는 원래 인정과 의리다. 그러다 보니 인사까지 인정과 의리로 했던 부분도 있고…. 인정과 의리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젠 그 바탕 위에서 풍요롭게 평판 좋은(rich & famous) 기업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군대시절: 전방사단 수색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했다. (사회유력자 자제는 군대 안가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릴 적부터 군대 빠지는 것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도 당연히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이다.

군생활 말년에 주방장을 했는데, 병사들이 한결같이 '이 병장이 짓는 밥과 반찬은 너무 맛있다'고 했다. 동료들은 몰랐지만 비결은 미원(조미료)이었다. 밥이든 반찬이든 조미료를 팍팍 넣으니 맛있을 수 밖에. 원래 요리솜씨도 있다. 신혼초엔 배추김치 백김치 모두 내가 직접 담가서, 가족들에게 나눠줬을 정도다.

▦자녀문제: 아들은 미국대학에 유학중이다. 전공도 우리그룹과 무관한 호텔 경영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미 지분을 다 물려받았지만, 우리 세대와 자녀세대는 다르지 않겠는가. 본인이 경영참여를 원한다면 기회는 주겠지만, 그 역시 훈련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아들한테는 차도 안 사줬다. 자전거 타고 다닌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차 하나 사줘야 하겠냐고 아내가 조르길래, '자전거 타이어를 스노우 타이어로 바꿔주라'고 했다.

큰 딸은 영국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있는데, 회사사업(패션)쪽과 관련된 디자인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펄펄 뛰면서 "회사 근처에도 안 간다"고 하더라.

고등학생인 막내도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어느날 대학에 안 가겠다고 해서 "우리 집안에도 대학 안 나온 사람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랬더니 요즘은 다시 대학 가겠다고 공부하더라.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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