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1기 5차회의를 열어 박봉주 내각 총리를 소환(경질)하고 김영일(62) 육해운상을 신임 총리에 선임했다. 또 2005년 연형묵의 사망으로 공석이었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을 선임했다.
김 신임 총리는 북한의 육해운성 말단 직원으로 출발해 총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전형적인 테크노크라트로 평가된다. 1994년 장관 격인 육해운상으로 임명된 뒤 2005년 12월 김 위원장의 령남배수리공장과 남포항 시찰 시 영접하면서 처음으로 남측에 모습이 소개됐다.
이어 1998년 북한이 파키스탄과 해상운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때 대표단을 이끌었으며, 이후 중국(2000년), 쿠바(2003년), 시리아(2005년) 등을 방문하는 등 대외활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총리의 임명은 2003년 9월 취임 이후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박봉주 전임 총리가 경질됐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박 전 총리는 경제관료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측근으로 기용돼 북한의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러나 취임 후 뚜렷한 경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올해 초 주민이 쓸 석탄이 부족하다며 대중국 석탄 수출 중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당 지도부로부터 “학습이 필요하다”는 지시를 받고 근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춘 신임 국방위 부위원장은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삼두마차로 평가된다. 또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비롯한 공식 활동을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는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작전국장과 군수동원총국장, 6군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한 언급이나 경제개혁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조치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올해 예산 수입을 작년보다 5.9% 늘어난 4,333억원으로 책정했으며, 국방비로 총 예산의 15.8%를 책정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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