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퀸네트 / 바다출판사"진정한 낚시꾼은 행운을 믿지 않는다"
4월도 중순, 꾼들의 몸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수초 사이로 붕어들이 몸을 뒤채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고,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래 고요한 수면 위로 서서히 솟아오르는 찌가 환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생각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 폴 퀸네트(68)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ㆍ자살 방지 전문가로, 스스로는 '정신 나간 낚시꾼'이다. 책은 50여년간 1년에 80일 이상 낚시를 해왔다는 그가 쓴 에세이 90여 편을 싣고 있다.
원서의 제목은 'Fishing Lessons'인데, 번역판의 제목을 아주 그럴듯하게 달았다. 이 제목처럼 그의 에세이들은 낚시에서 실마리를 풀어낸 통찰력 있고도 유쾌한 인생론이다.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지는 일은 다반사, 퀸네트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다투면서 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미혼이거나 이혼한 사람이거나 곧 이혼당할 사람일 것이다. 가끔 져주자. 비기는 것조차 포기하자"고 충고한다.
심리학자답게 "신나는 플라이낚시 후에 영혼의 변화 같이 믿기 힘든 이론이 얼마나 그럴듯하게 느껴지는지 지금까지도 늘 놀랍다. 낚싯대를 옆에 두고 친한 친구와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이고 풀밭에 누워서, 싸구려 레드와인을 7리터쯤 마셔버린 후에는"이라며, 그럴 때는 프로이트의 영혼이 자신에게 들어온 것 같단다.
저자는 "낚시는 사랑을 나누는 것과 아주 비슷해서 직접 해봐야 만족감을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낚시를 모른다고 해도,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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