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네덜란드 법원에서 발견됐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베를린발로 11일 보도했다.
이 자료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위안소를 운영했던 나가노(長野)현 출신 아오치 와시오(靑地鷲雄)가 전후 체포돼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전범재판에서 증언한 것이다. 아오치는 지난달 일본 국회도서관이 공개한 자료에서 1967년 전사자들과 함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이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재판에서 점령지의 군정 당국인 군정감부(軍政監部)의 지시를 받고 민간 위안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군이 위안소 설치에 직접 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새로운 자료이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 일본군의 군대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직접적인 증언으로 평가된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언론인 가지무라 다이치로(梶村太一郞)가 입수한 전범재판소 판결문에는 “아오치는 1943년 6월 2일 군정감부로부터 매춘업소를 개설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의를 제기했지만 재차 지시를 받은 후 이를 수용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아오치는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 중이던 43년 ‘사쿠라클럽’이란 위안소를 설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오치의 애인인 네덜란드 여성은 “헌병을 부르겠다”며 협박해 소녀를 포함해 네덜란드인 여성들에게 매춘을 강요했다. 매춘을 거부하는 여성들은 관헌에 체포돼 옥살이를 당했다.
아오치는 46년 10월 네덜란드군이 개설한 임시군법회의에서 강제매춘죄로 금고 10년의 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사망한뒤 67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됐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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