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자금 동결해제를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영변 핵 시설 폐쇄조치에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10일 동결해제조치를 발표하면서 “이제는 북한이 행동에 나설 시점”이라고 했지만 북측은 11일까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 유해송환을 위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 미국 대표단은 북측의 긍정적 신호를 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측은 미 재무부가 의무를 다했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북측이 이번 BDA조치에 만족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때문에 한미는 북측이 핵 시설 폐쇄를 언제쯤 취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북측이 BDA 자금 인출이 가능한 12일 다음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방북을 초청할 것”이란 리처드슨 주지사의 언급은 북측이 조속한 시일 내 핵 시설 폐쇄조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정부 당국자는 “핵 시설 폐쇄협의를 위한 IAEA 사찰관의 방북은 하루 이틀이면 되고 폐쇄 조치에는 최소 1주일, 최대 2주일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 사흘밖에 넘지 않은 2ㆍ13합의 초기조치 시한을 지키는 것은 핵 시설 폐쇄나 중유제공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시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기조치 이행을 안정적으로 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려는 한국과 미국 등 관련국들의 압박이 가해질 경우 이르면 내 주 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문제는 북측이 60일로 돼 있는 핵 시설 폐쇄시한(4월14일)을 30일 더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다. 북측이 BDA문제가 지연됐고 현실적으로 14일 시한을 지킬 수 없으니 30일을 더 연장하자고 했다는 게 리처드슨 주지사의 전언이다. 물론 리처드슨 주지사는 불가 입장을 표시했다고 하지만, 북측이 고집하면 6자 당사국간 논쟁이 벌어져 북핵 협상이 또 삐걱거릴 수 있다.
북측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송금지연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6자회담에서 “BDA 자금반환 30일 뒤 핵 시설을 폐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ㆍ13합의에는 BDA자금반환을 30일 내에, 핵 시설 폐쇄 등 초기조치를 60일 내에 이행하기로 돼 있다. 이르면 12일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북측의 공식 반응에 혹시나 하는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초기조치 이행 지연과는 별개로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협의나 6자 외무장관회담 일정협의를 위한 6자회담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말 대 말’의 형태로 진행되는 회담이어서 북측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