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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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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학

입력
2007.04.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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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우리를 괴롭힌 대표적인 존재를 꼽으라면 아마도 수학일 것이다. 20세기 영국의 저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 평화운동가인 버트란드 러셀은 "만일 수학이 없었다면 이 멋없는 세상을 진작 하직했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범인들로서는 별 느낌이 오지 않는 얘기다.

학생들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수학을 왜 배워야 하나?'라고 하는 의문에 시달린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영어 야후에 들어가 같은 질문을 쳐 보면 보통 사람의 댓글에서부터 교수나 박사의 전문 사이트까지 엄청 많은 답변이 올라와 있다.

■ 한국어 사이트에는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고전적인 답변이 여전히 많다. 반면 영어 사이트에는 수학이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얼마나 많이 사용되며, 수학을 모르면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인문ㆍ사회과학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설명하는 내용이 많다.

수학적 천재가 아닌 사람들에게 수학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실용성에 호소하려는 작전인 것 같다. 그래서 새삼 궁금증이 든다. 수학은 과연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안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가 답일 것 같다.

■ 이처럼 뜨뜻미지근한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수학에서 익힌 논리적 사고가 자연현상이 아닌 사회나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수학이 "학문의 여왕"이라는 얘기는 수학이 인간 정신의 한 위대한 성취이고, 자연과학 전반의 기초가 될 만큼 매우 중요한 분야라는 얘기이지, 다른 분과학문에 대한 절대적 우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려면 오히려 논리학을 공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논리학을 많이 공부한다고 논리적 사고가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 심하게 말하면 수학은 수학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인문계도 수능 성적 중 수학 가중치를 높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언어, 외국어, 탐구 영역은 1로 하고 수리는 1.25로 한다는 얘기다. 반면 제2 외국어와 한문은 가중치가 0.25에 불과하다.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똑똑한 학생이라는 비과학적인 전제가 없다면 납득하기 힘든 정책이다. 대학이 학생을 어떻게 뽑든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본고사 시절 음대와 미대의 당락까지 수학이 사실상 좌우하던 시대착오를 다시 보는 것 같아서 해 본 얘기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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