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1일 일본을 방문, 중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쳤다. 중국 정상의 방일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9년, 주룽지(朱鎔基) 총리 이후는 7년만이다.
원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저녁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관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고위급 경제대화’를 창설키로 합의하는 등 경제를 축으로 하는 양국 관계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환경 및 에너지절약 분야와 의약품 금융 IT 분야 등에서의 협력과 △상하이-하네다 공항 셔틀화 △일본 쌀의 금수 조치 해제 등에 합의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과거사 문제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문제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원 총리는 “(역사문제는) 정치적 기초와 관련된 문제로 잘 처리하지 않으면 커다란 장애가 된다”며 “올해는 중일전쟁 70주년의 해이기 때문에 역사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일본은) 그동안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두 정상은 또 동중국해 해역의 공동개발에 관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데 합의했다.
원 총리는 일본이 6자회담에서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 “(납치문제를) 이해하고 동정하며 필요한 협력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유엔 개혁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원 총리의 초청을 받아들여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내년 중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방일을 요청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중일공동언론발표문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자신의 일본 방문을 ‘얼음을 깨는 여행’이라고 규정한 원 총리는 악화일로에 있는 일본 국민의 대 중국관을 개선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일정을 잡았다. 12일 중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의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13일에는 교토(京都)의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을 찾아 학생들과 야구도 즐길 계획이다. 지역 경제인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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