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지역을 근거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은 새로운 비평 전문지 <해석과 판단> 을 발진시켰다. 맨 첫 호의 권두문에서 그들은 “한국 문학 위기의 한 원인은 비평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며 “비평이 자기 기능을 하지도 못하면서, 문학의 위기 담론만 무성하게 생산함으로써 자기 책임을 창작의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책임 전가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어 왔다. 해석과>
편집인 남송우 부경대 교수는 <비평의 자리 만들기> 라는 단행본을 때맞춰 내고 부산 비평에 대한 성찰과 함께 부산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세계를 파헤쳤다.(산지니) 비평의>
문학 비평이 새로운 얼굴로 다가서고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문학이 건네는 메시지를 흘려보내지 말라고, 젊은 비평가들이 제각각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삶이 잔혹하기 때문에 소설은 잔혹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신진 평론가 강유정 씨는 말한다. 최근 첫 평론집 <오이디푸스의 숲> 을 펴낸 그는 한유주 김애란 박민규 편혜영 등 젊은 작가들의 세계를 집중 분석했다. 오이디푸스의>
“인공물 속에서 태어나고 생각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런 세대에게 소설이 이성과 반성의 산물인 것만은 아니죠.” 그는 “이 시대 소설은 소설을 죽임으로써 소설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소설이 추방됐다지만 ‘서사ㆍ콘텐츠의 적자’로서의 자리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또 “정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하드 고어 영화를 즐기듯 그냥 즐겨 보라”며 독법을 제시했다. 소설을 통해 소설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분석한 <오이디푸스의 숲> 은 2000년대 한국 소설이 구축하는 새 지형, 나아가 이 시대에 대한 안내도를 자임한다(문학과 지성사). 오이디푸스의>
침묵의 시간을 거쳐 최근 2호를 발간한 비평 동인지 <크리티카> 는 “박민규의 소설과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독특한 성장 소설이라는 맥락에서 상통한다”는 독특한 이론을 펼치고 있다. 아동 문학론 <길 잃은 리얼리즘 동화를 위하여> 를 비롯, 불교 철학과 환경 운동에 관한 논문을 싣는 등 문학 평론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사피엔스) 길> 크리티카>
한편 이화여대에서 문학을 강의 중인 평론가 이은정 한수영 씨는 최근 비평적 안목으로 현대시들을 편집한 시선집 <공감> 을 발간,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시에 접근하는 길을 터주고 있다. 공감>
책은 ‘집과 가족’, ‘사랑과 결별’ 등 6가지 주제로 이상 백석 이후 유하 장정일까지 주요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 길을 터보인다(교양인). 1980년대 학번인 저자들은 “요즘 시가 지나치게 반서정ㆍ실험 중심적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독자들이 쉬 피로를 느낀다”고 지적하고 “다음에는 역사ㆍ실천ㆍ계절ㆍ동식물 등으로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해석과 판단> 하상일 편집 주간은 “디지털 서사에 주목, 2집에서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등 대중문화와의 관련 양상에 대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석과>
자칫 자폐적일 수도 있을 비평은 이처럼 다양한 통로를 통해 손 내밀고 있다. “어젯밤은 추웠다고 낙엽이 대답한다. 추워하는 것들로 햇빛이 또 비친다.
덜덜 떨면서 제 몸 위에 꽂힌 무자비한 것들을 뽑아내어 공손하게 돌려준다.” 김연신 시인은 2004년의 시집 <시인, 시인들> 중 <부서진 칼날 같은 햇빛이> 에서 현실 논리에 밀려 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노래했다. 유사한 이치로, 젊은 비평 정신은 우리 시대의 안부를 묻고 있다. 부서진> 시인,>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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