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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 젊은피가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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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평, 젊은피가 달려온다

입력
2007.04.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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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지역을 근거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비평가들은 새로운 비평 전문지 <해석과 판단> 을 발진시켰다. 맨 첫 호의 권두문에서 그들은 “한국 문학 위기의 한 원인은 비평에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며 “비평이 자기 기능을 하지도 못하면서, 문학의 위기 담론만 무성하게 생산함으로써 자기 책임을 창작의 영역으로 넘겨버리는 책임 전가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어 왔다.

편집인 남송우 부경대 교수는 <비평의 자리 만들기> 라는 단행본을 때맞춰 내고 부산 비평에 대한 성찰과 함께 부산 지역 작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세계를 파헤쳤다.(산지니)

문학 비평이 새로운 얼굴로 다가서고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문학이 건네는 메시지를 흘려보내지 말라고, 젊은 비평가들이 제각각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삶이 잔혹하기 때문에 소설은 잔혹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신진 평론가 강유정 씨는 말한다. 최근 첫 평론집 <오이디푸스의 숲> 을 펴낸 그는 한유주 김애란 박민규 편혜영 등 젊은 작가들의 세계를 집중 분석했다.

“인공물 속에서 태어나고 생각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런 세대에게 소설이 이성과 반성의 산물인 것만은 아니죠.” 그는 “이 시대 소설은 소설을 죽임으로써 소설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며 “소설이 추방됐다지만 ‘서사ㆍ콘텐츠의 적자’로서의 자리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또 “정답을 구하려 하지 말고, 하드 고어 영화를 즐기듯 그냥 즐겨 보라”며 독법을 제시했다. 소설을 통해 소설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분석한 <오이디푸스의 숲> 은 2000년대 한국 소설이 구축하는 새 지형, 나아가 이 시대에 대한 안내도를 자임한다(문학과 지성사).

침묵의 시간을 거쳐 최근 2호를 발간한 비평 동인지 <크리티카> 는 “박민규의 소설과 19세기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독특한 성장 소설이라는 맥락에서 상통한다”는 독특한 이론을 펼치고 있다. 아동 문학론 <길 잃은 리얼리즘 동화를 위하여> 를 비롯, 불교 철학과 환경 운동에 관한 논문을 싣는 등 문학 평론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사피엔스)

한편 이화여대에서 문학을 강의 중인 평론가 이은정 한수영 씨는 최근 비평적 안목으로 현대시들을 편집한 시선집 <공감> 을 발간,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시에 접근하는 길을 터주고 있다.

책은 ‘집과 가족’, ‘사랑과 결별’ 등 6가지 주제로 이상 백석 이후 유하 장정일까지 주요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쉽게 접근하는 길을 터보인다(교양인). 1980년대 학번인 저자들은 “요즘 시가 지나치게 반서정ㆍ실험 중심적으로 나아가는 바람에 독자들이 쉬 피로를 느낀다”고 지적하고 “다음에는 역사ㆍ실천ㆍ계절ㆍ동식물 등으로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해석과 판단> 하상일 편집 주간은 “디지털 서사에 주목, 2집에서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등 대중문화와의 관련 양상에 대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칫 자폐적일 수도 있을 비평은 이처럼 다양한 통로를 통해 손 내밀고 있다. “어젯밤은 추웠다고 낙엽이 대답한다. 추워하는 것들로 햇빛이 또 비친다.

덜덜 떨면서 제 몸 위에 꽂힌 무자비한 것들을 뽑아내어 공손하게 돌려준다.” 김연신 시인은 2004년의 시집 <시인, 시인들> 중 <부서진 칼날 같은 햇빛이> 에서 현실 논리에 밀려 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노래했다. 유사한 이치로, 젊은 비평 정신은 우리 시대의 안부를 묻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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