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3일이면 대통령 예비후보가 확정된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눈앞에 나가오면서 대선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현장으로, 대학으로, 시장 같은 민심의 한복판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선거유세를 연상시킨다.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조간신문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신문이 매일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을 비중 있게 보도한다. 고정적으로 1개 면 정도를 할애하는 신문들이 많다.
그렇다면 언론의 대선보도는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기사가 양적으로는 많지만 질적으로는 부실하기 때문이다. 보도의 초점이 국가 지도자로서 대선 주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주자들 뒤만 따라다니는 ‘경마식 보도’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대선주자 간 지지율 변화, 대선 주자들의 하루 움직임, 그들 사이의 정치적 공방이 거의 전부다. 국민이 정말 궁금해 하는 그들의 리더십과 철학, 도덕성, 선거공약의 타당성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며칠간 대권주자 움직임에 대한 보도를 살펴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과학기술혁신포럼에선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란 강연을 했다. 박 전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이라고 소개한 후 “한나라당 127명의 국회의원 중 이공계 출신은 2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끄집어냈다.
그는 과학기술의 획기적 진흥을 위해서는 “지도자의 핏속에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 열정의 DNA가 있어야 한다”면서 “구국의 심정으로 이공계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9일에는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서 ‘남북경제 공동체’ 형성을 통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며,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해 “북한의 핵무기가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어떤 매체에서도 그가 제시한 과학정책과 통일정책의 내용과 타당성을 상세히 분석한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10일 중동 두바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창조적, 상상적 리더십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야 한다”며 경제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한국이 “두바이 같은 리더십”만 갖게 되면 “세계 7대 강국이 될 수 있다”며 7.4.7 비전을 제시했다. 7.4.7 비전은 “경제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 강국 진입”이란 그의 선거 슬로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슬로건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역시 어느 신문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전대표는 화학을 전공한 영국의 대처 전총리나 기계공학을 전공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같이 이공계 마인드로 첨단기술 개발을 통한 과학입국을 강조해 왔다. 이 전시장은 청계천 복원이나 서울시 버스교통 체제 개편, 서울 숲 조성 등과 같이 창조적이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 전시장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뚝심의 리더십을 갖춘 창조적 개발론자라면, 박 전대표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국민이나 우방국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내려는 자아통제형 신중론자이다. 하지만 이들 예비후보의 개발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왔으며, 이들이 내세우는 애국심의 본질과 리더십, 그리고 가치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은 언론에서 찾을 수 없다.
이제라도 언론들은 대선 후보자의 공약과 지도자로서 자질을 철저하고도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보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 사건과 같은 악의적 폭로와 부정적 캠페인에 끌려 다니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교묘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캠페인 방식에 대해 심층보도뿐만 아니라 국민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후보자 검증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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