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41ㆍ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1월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했다. 박씨는 허리 통증으로 5개월간 약물치료를 받다가 “1주일만 고생하면 평생 허리 걱정이 없어질 텐데 왜 수술을 망설이느냐”는 의사 권유에 따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통증은 여전했고 의사는 2차 수술을 권했다. 2주일 만에 재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며칠 안 돼 응급차에 실려가는 신세가 됐다. 할 수 없이 수술 전후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들고 다른 대학병원을 찾아간 박씨는 “우리 병원에 먼저 왔으면 수술을 안 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박씨의 아내는 이런 사정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가 오히려 병원측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해 경찰서를 오가고 있다. 박씨도 최근 “2번이나 디스크 제거수술을 받고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의료사고”라며 이 병원을 고소했다.
척추질환 치료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박씨처럼 효과가 없을 수술을 환자에게 강권하거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최신 치료법’이라며 권했다가 의료 분쟁으로 불거지는 것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척추환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센터가 2002년 1월~2005년 9월 요양급여 명목상 척추수술 입원 건수 22만5,229건을 분석한 결과, 2002년 4만1,593건, 2003년 5만6,494건, 2004년 6만6,933건으로 해마다 두 자릿수의 급증세를 보였다. 2005년은 9월까지만 6만239건이나 된다.
척추수술의 남용은 의사들의 과잉 진료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상식을 뛰어넘는 허리병, 허리디스크 이야기> 라는 책을 펴낸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는 “미국 서부의 척추수술 건수가 동부보다 2배 많은 것은 그만큼 척추 전문의가 많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었다. 국내에도 2002년 이후 서울 강남 등에 척추전문병원이 속속 들어서면서 ‘수술이 필요 없는 신종 치료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상식을>
40대 직장인 하모(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척추디스크로 고통을 겪다 2004년 ‘주사바늘로 간단히 디스크를 완치할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돼 전문병원을 찾았다가 350만원을 날렸다. 의사는 시술 전 “완치 요법”이라고 했고 재발 가능성도 설명하지 않았다. “지나면 낫는다”는 말만 믿고 수술 후 1년 넘게 통증을 안고 산 박씨는 현재 보상을 받기 위해 소비자보호원과 상담 중이다.
척추 전문의들은 “간단하고 완치된다고 권유하는 척추 치료는 과잉 진료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춘기 교수는 “수술이 필요한 척추 환자는 소수이며, 수술을 하더라도 다른 외과 수술처럼 깨끗하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척추 치료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만큼 여러 병원을 찾아 의견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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