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로, 금융산업 변화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지난달 LG카드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 신한금융지주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카드사업 부문에서 확고한 1위 체제를 확보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과 함께 균형 잡힌 종합금융체제를 갖춰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끌 선도적 지위를 굳히게 됐다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의 설명이다.
LG카드 인수대금은 6조7,000억원으로 국내 인수ㆍ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같은 초대형 인수ㆍ합병으로 인한 신한지주의 내ㆍ외형적 변화도 막강하다. LG카드의 자회사 편입으로 신한지주는 12개 자회사와 2만1,5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게 됐고, 총자산 228조원으로 국내 대표적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다지게 됐다.
1,000만 LG카드 회원을 새로운 고객으로 맞아들임으로써 신한금융그룹의 고객 기반도 더욱 탄탄해졌다. 중복 고객을 뺀 순증 고객 수만 600여만명으로, 모두 2,4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게 됐는데, 전국민의 절반이 신한금융그룹과 거래하게 되는 셈이다. 영업망도 국내 1,350개 이상, 해외 9개국 20개에 이르게 됐다. 시가 총액으로 보면 21조로 국내 5위에 해당하고, 당기순이익 규모로는 3조원에 이르러 3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LG카드 자체의 수익뿐만 아니라, LG카드 인수를 통한 시너지 이익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한은행 등 신한지주 자회사들은 LG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할 수 있고, LG카드도 신한금융그룹을 통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됐다.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정보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신한지주는 그룹 전체의 연산 시너지 이익이 1,3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신한은행, 신한증권, 신한캐피탈, 신한투자신탁운용, 신한맥쿼리금융자문 등 6개 자회사로 출범한 신한지주는 이후 제주은행 편입, 굿모닝증권 인수를 통한 굿모닝신한증권 설립, 신한카드 분사, SH&C생명보험 설립 등으로 자회사를 늘린데 이어 국내 최고 전통의 조흥은행을 인수, 금융산업 재편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LG카드 인수까지 성공함으로써 외환위기 이후 격심했던 금융산업 재편의 최대 승자가 된 것이다. 신한지주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으로 인해 벌어질 제2차 금융산업 구도 재편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일단 LG카드와 신한카드를 별도 법인으로 유지한 뒤 공동경영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LG카드 통합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조직문화가 상이한 LG카드 직원들을 신한 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이 1차 과제다. 아울러 LG카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핵심 인력을 붙잡아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신한금융그룹 내 자회사간의 업무 협조, 인프라 구축 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신한지주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과정에서 조흥 노조의 만만치 않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던 것처럼 통합관리 부분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졌다는 평가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신한지주 경영진을 ‘스위스 시계’로 비유하며 전략 수립과 정확한 실행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LG카드 통합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 통합 역량 글로벌 수준 하버드서 M&A 연구 모델로
'LG카드와의 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앞둔 신한이지만 이미 신한의 통합 역량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은 터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성공적 통합 과정이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인수ㆍ합병(M&A) 케이스 스터디 모델이 된 것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하버드 경영대학원 켄터 교수는 2004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 과정을 케이스 스터디 모델로 삼고 싶다는 제안을 한 뒤 신한의 양해를 받아 매년 연구원들을 한국으로 보내 통합 과정을 실시간으로 연구해왔다.
올 2월 평가에서 켄터 교수는 "양 은행의 통합 사례는 M&A의 새로운 통합 성공 원칙을 제시했다"며 "M&A 성공 통합의 리딩 케이스"라고 극찬했다. 학생들도 "신한과 조흥의 통합 전략의 가장 큰 핵심은 문화 및 감성의 통합으로, 현명한 통합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신한은 조흥 인수 후 '선 통합, 후 합병'이란 새로운 모델로 통합을 추진했다. 공동경영 체제하에서 양 은행은 기준을 통일하고 조직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심정적 거리감 해소를 위해 다양한 감성 통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직급별 대규모 상견례 행사, 통합 커뮤니티 사이트 개설, 공동교육 실시, 사이버 게임 등 다양한 커뮤니?抉?형식과 채널로 양행간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한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LG카드와의 성공적 통합도 자신하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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