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져야 살아 남는다.”
한국프로 출신 타자로는 최초로 일본에 진출했던 ‘야구 천재’ 이종범(37ㆍKIA). 이종범은 98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유격수와 외야수로 뛰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이종범은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리며 이승엽(31ㆍ요미우리)과 이병규(33ㆍ주니치)의 일본 진출 물꼬를 텄다.
10일 광주 현대전에 앞서 만난 이종범은 ‘주니치 후배’ 이병규에게 애정어린 충고를 전했다. 그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성공하기 위해선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종범이 말한 ‘성공의 비법’ 세 가지를 들어봤다.
기술-출루율을 높여라
이종범은 성공의 첫 번째 키워드로 출루율과 개인훈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투수들의 집중견제는 당연한 것인 만큼 너무 치려고 덤비는 것보다 볼넷을 고르는 등 출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종범은 “안타나 볼넷이나 살아나가는 것은 똑같다. 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가 피하면 볼넷을 고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면서 “시즌 중에도 이승엽처럼 치밀하게 스케줄을 짜서 개인훈련을 해야 슬럼프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신-태극마크를 떠올려라
이종범은 일본 진출 첫 해이던 98년 6월23일 한신전에서 상대 투수 가와자리에게 오른 팔꿈치를 맞고 시즌을 접었다. 부상 전만 해도 잘 나가던 이종범이었지만 이후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2001년 국내로 복귀했다.
이종범은 “힘이 들 때 ‘내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그런 점이 많이 아쉬웠다”면서 “(이)병규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슬럼프는 오게 마련인데 한국대표라는 자부심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용병임을 잊지 마라
98시즌 초반 이종범이 3할 대의 맹타를 휘두르자 일본 언론은 ‘역시 한국 최고의 타자답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호시노 감독(현 일본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도 이종범에게 칙사대접을 했다.
하지만 부상 후 성적이 신통치 않자 그들의 태도는 180도로 변했다. 은연중에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종범은 “일본에서는 용병이 못하면 곧바로 무시한다. 미국인은 덜하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같은 동양인이기 때문에 깔보기 일쑤다. 잠시 안 맞는다고 해서 의기소침하면 슬럼프는 길어진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헤쳐 나와야 한다. 이승엽이나 이병규 모두 용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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