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구도(球都)’가 되살아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처량하기 짝이 없었던 응원가 ‘부산 갈매기’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기운이 넘쳤고, 그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신문지 응원이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파도타기 응원까지. 말 그대로 사직구장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10일 롯데의 홈 개막전이 열린 부산 사직구장은 경기 시작 10분 전인 오후 6시20분 매진(3만석)을 기록했다. 경기 개시 2시간 전에 종료된 인터넷과 전화 예매분만 9,239장.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쉽게 발길을 돌린 ‘부산갈매기’만도 1,000명이 넘었다. 사직구장 매진은 지난 2005년 5월28일 한화전 이후 1년10개월 만이고, 홈 개막전 매진은 2005년 4월5일 현대와의 개막전 이후 2년 만이다. 롯데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1995년 이후 12년 만에 100만 관중을 올해 목표로 내걸었다.
일단 출발은 대성공이다. 경기 전 부산 사직구장 앞에 늘어선 팬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암표상마저 눈에 띄며 되살아난 부산의 야구열기를 실감케 했다. 겨우내 야구를 기다려 온 부산 팬들은 경기 시작 4시간 여 전부터 사직구장에 모여들기 시작해 롯데의 개막 3연승을 자축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막대풍선과 신문지를 손에 들고 파도타기 응원을 하며 롯데를 연호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라는 대형 현수막과 깃발이 군데군데 나부꼈고, 클리닝타임 때 인기그룹 ‘노브레인’의 축하공연과 함께 폭죽이 사직구장 밤하늘을 수놓으며 부산의 야구 열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롯데는 만원 관중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실책을 6개나 저지르는 수비 불안 탓에 3-7 역전패를 당했다. 3연승 끝.
광주 구장에서는 현대가 KIA와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이택근과 이숭용의 적시타로 4-1 역전승을 거두고 3연패에서 벗어나며 김시진 감독에게 첫 승을 선사했다. 삼성과의 인천 홈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제2의 괴물 루키’ SK 김광현(19)은 4이닝동안 1홈런 포함, 8안타를 얻어 맞고 3점을 내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다행히 0-3으로 뒤진 4회 말 팀 타선이 상대의 실책 3개와 안타 2개를 묶어 동점을 만든 덕에 패전은 면했다. 삼성 6-5승. 한편 잠실 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한화전은 비로 취소됐다.
광주=최경호기자 squeeze@hk.co.kr부산=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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