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DVD타이틀을 국내 판매하던 미국의 20세기폭스사가 보따리를 싸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도저히 한국에서는 불법복제 때문에 DVD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20세기폭스사뿐만이 아닙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 유니버설, 6월에 파라마운트가 한국을 떠났습니다.
외국 DVD 타이틀 제작사의 엑소더스가 아쉬운 게 아닙니다. 문제는 일부 불법 복제자들 때문에 한국이 DVD 해적국가로 낙인 찍혀 정당하게 DVD로 영화를 즐기던 사람들마저 기회가 봉쇄 당한다는 점입니다.
그 바람에 세계 각국의 좋은 영화들이 국내에 DVD로 출시될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어렵게 DVD가 나온다 하더라도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서 일부 부록이 빠진 채 나오거나 한글화가 제대로 안돼서 내용을 100% 즐기지 못하고 경우가 많습니다.
DVD 타이틀 구매자들은 제작업체들을 탓하지만 잘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는 시장이라면 업체들이 양질의 제품을 내놓을 리 만무합니다.
DVD 제작업체들이 국내 DVD 시장의 몰락을 불법복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DVD 시장의 흥망성쇠는 전적으로 불법 복제 역사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영상협회에 따르면 국내 DVDㆍ비디오 산업은 2002년 3,630억원으로 정점을 이룹니다. 2002년 이후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동영상 등 불법 복제물도 마구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바람에 국내 DVDㆍ비디오시장은 지난해 1,350원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도리어 이 시기에 미국은 DVDㆍ비디오 시장이 2002년 20조원에서 지난해 27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의 DVD 제작업체들은 물론이고 국내 제작사들마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비트윈, 스펙트럼, 알토미디어 등 의욕적으로 DVD 타이틀을 만들던 국내 업체들이 모두 다른 업체에 매각됐습니다.
DVD 시장의 몰락은 차세대 영상매체로 꼽히는 블루레이와 (고화질)HD-DVD의 국내 출시마저 더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덩달아 관련 플레이어 등 가전제품들의 시장도 얼어붙게 만듭니다. 정부와 업계에서 아무리 HD-DVD 시대를 부르짖어도 콘텐츠가 없다면 관련 산업은 발전하지 않습니다. 그 피해는 결국 이용자들에게로 돌아갑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우리 문화를 살린다는 생각으로 불법 복제를 중지하고 정품 DVD 타이틀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련 산업이 발달해 풍요로운 영상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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