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을 어겨가며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임원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공포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 체육회를 ‘준 정부기관’으로 지정하고 체육회장을 비롯해 상임이사와 감사를 직접 임명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공공기관 운영법’은 체육회 정관을 폐지하고 3개월 내에 새롭게 정관을 마련, 문화관광부 장관이 임원추천위원회의 3배수 추천을 거쳐 체육회 회장을 직접 임명하도록 했다. 현행 체육회 정관은 체육회장을 대의원총회에서 자유 경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4년인 체육회장의 임기도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3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임기가 끝난 후 경영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은 가능하지만 임기 중 체육회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명시해 ‘낙하산 인사’가 자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문화관광부 장관이 상임이사를, 기획예산처 장관이 감사를 임명하도록 해 정부가 체육회의 인사와 재정에 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대한체육회장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겸하는 상태에서 IOC 헌장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성과 정면으로 배치돼 국제스포츠무대에서 상당한 비난이 뒤따를 전망이다.
IOC 헌장은 ▲정부나 기타 공공단체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임원을 임명할 수 없으며, NOC 자체적으로 선출(29조4항) ▲IOC는 NOC가 해당국의 법이나 규정, 정부로부터 침해 받을 경우 해당 NOC의 자격정지나 승인취소를 내릴 수 있다(28조9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는 ‘기획예산처와 공공기관을 지정하며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조현재 문화부 체육국장은 “체육회가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체육회와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최근 체육인재육성재단 설립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문화관광부가 체육회의 인사권을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공공기관 운영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민선 자율’ 체육회장 시대는 막을 내리고,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IOC로부터 받게 될 자격정지나 승인취소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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