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을 씨티그룹이나 HSBC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금융그룹으로 만들겠습니다.”
엘리트 관료에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식에서 제시한 우리금융의 다음 목표다. 박 회장은 관료 시절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다는 재정경제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던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전윤철 감사원장은 그를 ‘한국의 아인슈타인’이라고 칭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시장에서는 그가 거대 금융회사를 이끌면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개인별 능력은 모두 다르다.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데 적합한 사람도 있고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저는 공직에서 주로 거시경제를 다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지주의 8개 계열사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경영전략을 그려야 하는지에 주력하겠다.”
박 회장은 관료 시절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고부가 가치화 밖에 길이 없으며, 금융산업의 발전과 국제화가 이런 국가적 과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을 줄 곳 펴왔는데, 이제 그 지론을 스스로 실현할 기회를 맡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도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둔화 및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시급한 과제”이며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과제 일수록 당장 착수해야 한다”고 밝혀, 해외 시장 진출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1등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했다.
여기에 이미 은행, 증권, 카드 등 금융그룹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소비자금융이나 보험 등 새로운 영역의 진출을 통해 보다 완벽한 진용을 갖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 회장은 겉치레를 싫어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에둘러 표현하는데도 익숙치 못하다. 그래서 종종 설화를 겪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의 발언은 신뢰를 얻는다. 이제 민간기업 경영인으로 첫 걸음을 뗀 박 회장이 천명한 우리금융 지주의 목표를 다시 곱씹어보면, 현상에 대한 진단과 미래에 대한 판단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박 회장은 취임사의 끝을 “나의 경쟁 상대는 옆에서 근무하는 동료도, 국내 금융그룹의 임직원도 아닌 씨티그룹이나 HSBC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의 임직원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새로운 정신무장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세상에서 제자리에 서 있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곧 뒤떨어지는 것이다”라고 맺었다.
이는 비단 우리금융지주 만이 아닌 우리나라 전체 금융산업, 더 나아가 우리 산업 전반이 되새겨야 할 당면 과제일 것이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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