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득 3만불시대, 금융이 이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득 3만불시대, 금융이 이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

입력
2007.04.10 23:36
0 0

호시우보(虎視牛步). 호랑이의 눈으로 살피되, 황소의 발걸음으로 신중하고 끊임없이 길을 간다는 뜻이다. 언젠가 은행 월례조회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직원들에게 언급한 사자성어인데, 이처럼 강 행장 자신을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듯하다. 그는 늘 그렇게 신중하게, 조용하게, 또 합리적으로 은행을 꾸려나가는 ‘조용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다소 즉흥적이고, 파격적이어서 늘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전임 김정태 행장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김 전 행장이 이끌었던 1기 국민은행이 외형 확대에 나선 시기였다면, 강 행장이 이끄는 2기 국민은행은 구석구석 새는 곳을 수리하는,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평가될 수 있다. 2003년 말 3.59%까지 치솟았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말 1.03%까지 떨어졌다. 대출 자산 중 99%가 부실화 가능성이 없는 건전 여신이라는 의미다. 합병 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시절까지 포함해 국민은행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선 결과다. 창구별로 차별적이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은행 창구 업무를 온라인, 제반 신고, 상품판매 등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개인영업점 업무분리(SOD) 제도를 도입했고,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영업점마다 내부통제전담자를 두어 내부통제 수준을 한단계 높인 것도 강 행장의 치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달 국민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국가 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를 높이 산 덕분이었다. ‘한 지붕 세 가족’(국민, 주택, 국민카드)의 한계를 딛고 조직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것 역시 강 행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강 행장은 올 초 해외사업본부를 은행장 직속 부서로 편입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직접 나서서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2000년 5월 옛 서울은행장을 맡아 국내 은행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하기 이전까지 그의 이력을 보면, 경기고 재학과 군복무 정도를 제외하고는 온통 영문 이력 뿐이다. 1979년 씨티은행 뉴욕본사에 입사해 뱅커스트러스트 그룹 한국 대표, 도이체방크 한국 대표까지. 외국계 은행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국제적인 감각이 국민은행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의 배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올 10월이면 3년 임기가 종료되지만, 그의 연임 가능성은 꽤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고객들에게는 쉽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주주들은 그가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객과 주주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다할 때 기업가치는 더 올라 갈 것이며, 선도 은행으로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4월초 분기 조회에서 강 행장이 임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직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로는 다소 밋밋했다. 하지만, 매사에 서두름이 없는 강 행장이 추구하는 경영 철학 그 자체였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