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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요리·정비교습시설 '간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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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요리·정비교습시설 '간판 논쟁'

입력
2007.04.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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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ㆍ요리ㆍ정비기술 등을 가르치는 학원이 자본금 3억원과 일정 수준의 시설ㆍ교육제도만 갖추면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정규 교과과정을 담당하는 초ㆍ중ㆍ고교와 대학, 법령이 정한 각종학교(직업학교 또는 평생교육시설) 외에는 ‘학교’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0일 이런 내용의 ‘학원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하고 현재 법제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규칙안에 따르면 직업기술 학원 중 자본금(또는 순자산액) 3억원 이상이고 강사 수준, 교육 과정ㆍ시설이 정해진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학교’라는 명칭을 쓸 수 있다. 즉, ‘미용학원’ ‘정비학원’ 등이 각각 ‘미용학교’ ‘정비학교’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2004년 2월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계 학원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기술계 학원은 산업인력 양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니 입시학원과는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경제부처 장관들의 주장이 먹힌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국ㆍ동남아 출신 학생들이 우리나라로 기술 유학을 올 경우 아무래도 일반 기술학원보다는 ‘학교’ 이름이 붙은 곳을 선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는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교라는 명칭은 함부로 갖다 붙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재갑 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원과 학교는 교육내용과 목표가 현저히 다른 주체”라며 “아무데나 학교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다면, 정규 교육기관으로서 공교육을 책임져온 학교의 정체성은 점점 모호해져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원 전국교직원노조 실업교육위원장도 "학원이 학교로 이름을 바꾼다고 경쟁력이 갖춰진다는 것은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예고된 시행규칙은 실업고와 전문대, 교원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므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행규칙안이 상위 법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 교육기본법은 ‘초ㆍ중ㆍ고등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학교를 둔다’고 규정했고, ‘종류ㆍ설립 등 기본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안은 법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행규칙’에 불과하다. 법리적 판단은 일단 법제처의 몫으로 넘겨졌지만, 설령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아무나 3억원만 있으면 ‘사실상 학원’인 학교를 버젓이 소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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