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이 없는, 유령처럼 사는 젊은 세대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 야나기마치 미츠오(柳町光男ㆍ63) 감독이 <까뮈 따윈 몰라> 의 국내 개봉(19일)을 앞두고 9일 방한했다. 세계적으로 저력을 인정받는 감독이지만, 야나기마치의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기는 처음. 그는 “뒤늦게나마 한국관객들과 만나게 돼 기쁘다”며 “젊은이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놀이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까뮈>
<까뮈 따윈 몰라> 는 2000년 아이치현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한 고교생이 “살인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는 이유로 노인을 죽인 이 사건은 여러모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을 연상케 한다. 이방인> 까뮈>
야나기마치는 “이 사건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인상과 접목시켜 ‘영화 속 영화’로 재구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던 학생들도 감독 배우 촬영 등을 맡으면 변화하는 것을 강의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런 녀석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는 중심 없이 부유하듯 살던 학생들이 아이치현 살인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일에 몰입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감독 설명만 듣고 청춘드라마 타입의 영화로 기대하면 오산. 교장선생님 같은 감독의 설명과 상관없이, 영화는 야나기마치만의 실험정신으로 번득인다.
“살인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는 영화 속 영화 주인공의 심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옥상에서 밀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또는 “애인과 다른 남자들과 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식으로 끊임없이 변형돼 영화 속에서 ‘실험’된다.
마지막 시퀀스는 이런 감독의 ‘악취미’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압권. 노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연기하던 주인공은 결국 노인을 실제로 살해한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영화 속 영화의 연기인지 아닌지 관객들이 고민하는 사이,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가 버린다. 현실과 허구, 정상과 이상, 재료와 주제의 모호한 경계가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루치노 비스콘의 <베니스의 죽음> , 프랑소와 드뤼포의 <아델의 사랑 이야기> 등 고전영화의 명장면들을 패러디 형식으로 변주해 낸 것도 특징. 야나기마치는 “고전을 인용함으로써 코미디적인 요소를 살리려 했지만,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아델의> 베니스의>
유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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