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이어졌지만, 그 중에서 단연 화제는 강권석(사진) 기업은행장의 연임 소식이었다. 국책 금융기관장은 연임하지 못한다는 금융계의 오랜 불문율을 깼기 때문이다. 강 행장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강 행장도 4~5월 일정을 비워뒀다고 한다. 퇴임 후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며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부부동반 해외여행 계획은 물 건너 간 셈이지만, 강 행장은 기업은행장 2기 시대를 맞아 신발끈을 다시 단단히 묶었다.
강 행장의 연임은, 사실 따지고 보면 놀랄 일이 아니다. 그가 행장으로 재임한 3년간의 실적만 보면 연임은 당연했다. 취임 당시 74조원이던 총자산은 106조원으로 급증했고, 2,240억원이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서 ‘1조원 클럽’ 시대를
열었다. 건전성 지표도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개선돼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등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행장은 행정고시 14회로 1974년 재무부 기획관리실 사무관으로 관계에 입문해 이재국, 증권국, 보험국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증선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관료 출신이면서도 은행 경영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 관가와 시장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인물로 꼽힌다.
네트워크론과 위너스론, 이브랜치 (e-branch) 등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ㆍ시행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제도에 반영시키면서 중소기업 금융시장을 주도했다. “비올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우산론’, “기업인천하지대본” 등을 주창하며 중소기업 금융 철학을 재정립했다. ‘우산론’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일수록 지원책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가치를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부도 위기에 처했다가 기업은행의 지원으로 되살아 난 기업인들의 충성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강 행장은 또 ‘기업인천하지대본’을 주장하며 기업인들의 기 살리기에도 앞장섰다. 2004년부터는 ‘중소기업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CEO를 선정, 중소기업인의 자긍심도 한껏 고취시켰다. 그외 ‘중소기업 명장’ 제도, ‘고구려지킴이 통장’, ‘독도는 우리땅 통장’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제도를 만들어 금융계의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기업은행장 2기를 맞아 그는 이제 더 큰 도약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강 행장은 2기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 기업은행의 노하우를 이머징마켓에 전파해 중소기업금융의 한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금융에 관한 한 기업은행이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강 행장은 또 “1기가 내실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임기 2기는 외형을 키우는 기간으로 만들겠다”며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임기 1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가 2기에서 기업은행을 그야말로 국내 대표적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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